국제 국제일반

에루페 아닌 오주한 “한국인 아버지 위해” [도쿄 올림픽]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전 코치 별세' 슬픔 딛고

훈련 강도 높여 메달 도전

킵초게 2연패 성공도 관심

레이스를 펼치는 오주한. /연합뉴스레이스를 펼치는 오주한. /연합뉴스




오주한과 고 오창석 코치. /연합뉴스오주한과 고 오창석 코치. /연합뉴스


케냐 출신의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3·청양군청)이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누빈다.

도쿄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할 남자 마라톤이 8일 오전 7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오도리 공원에서 열린다.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은 한국 남자 마라톤은 오주한과 심종섭(30·한국전력)을 앞세워 르네상스를 꿈꾼다. 두 선수는 케냐 고산지대 리프트밸리주 엘도레트에서 함께 훈련하다가 삿포로로 이동했다.



오주한은 잘 알려진 대로 귀화 선수다. 케냐 출신으로 본명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며,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은 ‘오직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8년 9월 한국 국적을 얻었고 처음으로 올림픽에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 뛴다.

관련기사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시간 5분 13초다. 국가별 출전 제한 때문에 케냐·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세 명씩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에서 오주한의 경쟁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오주한은 ‘한국인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달린다. 5월 5일 세상을 떠난 고(故) 오창석 전 마라톤 국가대표 코치다. 오 코치는 2010년 케냐 엘도레트에서 마라톤 훈련 캠프를 운영하던 중 방목장에서 뛰던 오주한을 발굴했고 한국 육상계 내부에서 찬반이 엇갈렸을 때 그의 한국 귀화를 도왔다. 4월까지도 케냐에서 오주한과 함께 훈련하며 근력과 지구력·스피드를 끌어올리던 오 코치는 ‘아들’이 올림픽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슬픔에 빠진 오주한은 주저앉지 않았다. 오 코치와 함께 키운 올림픽 메달의 약속을 떠올리며 훈련 강도를 높였다.

심종섭은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다. 4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대회에서 2시간 11분 24초로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했다. 종전 개인 기록 2시간 12분 57초를 1분 33초나 앞당긴 기록이다. 부상을 안고 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남긴 심종섭은 두 번째 얻은 기회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각오다.

남자 마라톤 종목의 슈퍼스타는 엘리우드 킵초게(37·케냐)다. 비록 세계육상연맹이 인정하는 공식 대회는 아니었지만 2019년 10월 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 59분 40.2초를 기록해 ‘인류 최초’로 42.195㎞ 풀코스를 2시간 안에 완주했다. 2018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작성한 세계기록(2시간 1분 39초) 보유자인 킵초게는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레이스 당일 최고 기온이 섭씨 34도 정도로 예상돼 스피드 못잖게 체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