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메달은 당연한 게 아니다" 선수 빛나게 해준 해설위원들 [도쿄 올림픽]

/KBS 중계화면 캡처/KBS 중계화면 캡처




"내가 뭔가 하나 해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속 선수들의 빛나는 활약 속 웃음과 감동을 선물한 해설진들의 중계는 국민들이 대회를 한층 더 풍성하게 즐기게 했다. 때로는 날카로운 통찰까지 더하며 일부 해설진의 발언은 온라인 상에서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선수엔 부담감 덜고 국민에겐 위로를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해설을 맡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보배 KBS 해설위원의 발언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는 남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큰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선수들에게 "내가 뭔가 하나 해내야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라고 조언하며 선수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또 이번 올림픽에서 세 번째 금메달을 거머쥔 안산이 시상대에 오를 때에는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도 있지만 대한양궁협회의 지원, 지도자의 희생, 정의선 회장님의 양궁에 대한 끝없는 사랑, 국민들의 응원이 있기에 안산 선수의 금메달이 있는 겁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보배 해설위원과 함께 여자 양궁 경기 해설을 맡았던 강승화 KBS 아나운서의 소신 발언도 주목받았다. 그는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안산이 우승을 차지하던 순간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그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십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안산에 대한 논란을 꼬집었다.

/KBS 중계화면 캡처/KBS 중계화면 캡처


또 양궁 여자 대표팀의 장민희 선수를 '여궁사'라는 표현 대신 '궁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강 아나운서는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막이 나왔을 때 굳이 '여궁사'라고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궁사는 다 같은 궁사이지 않나. 선수는 선수로만 바라봐야 한다. 경기에서 성별은 체급 같은 것이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SBS에서 남편 박경모와 함께 부부 동반 해설로 화제를 모았던 박성현 해설위원은 상대 선수가 경험은 많지만 금메달이 없다는 이야기에 "메달은 경기와 비례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 KBS에서 핸드볼의 중계를 맡았던 문필희 해설위원은 "메달은 당연한 게 아니다. 메달을 따는 데까지 큰 노력이 있다"며 선수들이 대회 준비를 위해 흘린 땀과 눈물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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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BS/사진제공=KBS


딸의 동메달 획득에 주먹 불끈 쥔 여홍철


딸의 경기를 직접 해설한 여홍철 KBS 해설위원은 이번 올림픽에서 단연 큰 주목을 받았다. 여서정이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동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주먹을 불끈 쥐고 "동메달!"이라고 환호하며 캐스터와 두 손을 맞잡은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한국 체조 첫 은메달을 선물한 여홍철 해설위원과 한국 여자 체조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거머쥔 그의 딸 여서정의 경기 모습을 편집한 영상도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었다.

/SBS 중계화면 캡처/SBS 중계화면 캡처


이번 올림픽 SBS에서 펜싱 경기를 중계한 원우영 해설위원과 MBC에서 배구를 중계한 황연주 해설위원도 마찬가지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김정환, 오은석, 구본길과 함께 팀을 이뤄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던 원우영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함께했던 선수들이 메달을 확정 지을 때마다 눈물을 흘려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다만 그 횟수가 잦아지자 그가 울먹이는 모습은 재미있는 사진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MBC 중계화면 캡처/MBC 중계화면 캡처


황연주 해설위원은 여자 배구 A조 예선전 한국 대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끝까지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고 외치는 김연경 선수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KBS에서 배구 해설을 맡았던 한유미 해설위원은 여자 배구대표팀의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원래 스포츠는 경쟁이 아니고 감동이다"라고 말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국민 공감대 이끌어낸 해설위원들


올림픽 해설위원은 기본적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것만이 그들의 존재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설위원에게는 다른 역할도 많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얼마나 선수들, 국민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끌어내느냐 또한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설이 너무 감정적으로 흐르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본인들의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공감대를 함께 가져간다면 해설자로서 좋은 자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 남은 부분도 있다. 정 평론가는 "올림픽을 바라보는 대중의 정서는 많이 달라졌지만 중계는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시청자들은 승부나 메달 색에 집착하지 않는데 (해설진은) 국가 간 대결 구도나 메달 색을 강조하거나 '태극낭자' 같은 성 인지 감수성이 낮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이러한 지적들이 나온 것은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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