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미연합훈련 흔들리지 말아야

김태우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여정 압박에 여당서 연기 주장

한미연합훈련은 흥정 대상 아닌

동맹역량 요체며 전쟁 억제 핵심

남북대화 희생양 삼아서는 안돼

김태우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김태우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하명(下命)’에 한미연합연습이 또다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군 통신선 복구와 함께 정부 쪽에서 남북정상회담설이 흘러나온 가운데 이달 1일 김 부부장은 8월 한미연합연습을 겨냥해 “희망이냐, 절망이냐를 선택하라”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자 통일부는 연합연습 연기론을 띄웠고 대통령은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조정을 주문했으며 급기야 5일에는 여당 의원 74명이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연합연습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남북 대화와 연합연습 간에는 등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연습 중단을 압박하는 것은 자기 눈에 있는 대들보는 그냥 두고 남의 눈의 티끌을 시비하는 격이다.



2018년 북한의 평화 공세 이후 한미연합연습은 폐지·축소·변질의 길을 걸어왔다. 키리졸브(KR),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독수리(FE) 등 3대 연합연습이 그렇게 되었고 연합상륙훈련인 쌍용 훈련, 연합공군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맥스 선더 등 실기동 훈련들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김 부부장은 “규모와 내용을 말한 적이 없다”면서 모든 연합연습을 중단하라는 갑질을 반복했고 그럴 때마다 한국 정부는 허둥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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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연습은 동맹 역량의 요체이며 전쟁 억제의 핵심이다. 피가 돌아야 육체가 살 듯 동맹은 연합연습으로 건강성을 유지한다. 연합연습은 전쟁을 도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로 하여금 전쟁 도발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쟁을 예방하는 수단이다. 그런데도 한국이 연습을 계속 기피하면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힘을 얻을 것이다. 또 미군은 훈련되지 않은 병력을 전장에 투입하는 것을 살인 행위와 다름없는 비윤리적 행위로 본다. 앞으로 동맹이 살아 있어도 유사시 총을 들고 달려올 동맹군은 없어질 수 있다.

축소·변질된 연합연습에도 문제가 많다. 실기동 없이 워게임 연습만 하는 군대는 유사시 제대로 싸울 수 없으며, 연습 규모도 중요하다. 국방부는 대대급 이하 소규모 실기동 연습은 연중 실시되니 걱정 말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문화와 언어가 다른 두 동맹국의 군대가 함께 싸우기 위해서는 작전 계획, 통신, 정보, 군수, 지형 여건 등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상급 지휘부 차원의 대규모 실기동 연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격이 빠진 연습은 상대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지 못해 억제력이 반감된다. 게다가 전쟁 초기 방어 단계부터 투입될 수 있는 해·공군과 달리 동맹국의 지상군은 단계별로 장시간에 걸쳐 증원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 반격 연습이 꼭 필요하다.

북한은 어김없이 매년 하계 훈련과 동계 훈련을 실시해왔고 핵 대화 중에도 뒤로는 핵무기 증강해왔다. 북한은 헌법에 ‘핵 보유국’을, 당 규약에는 ‘무력 사회주의 통일’을 명시하고 있는 나라다. 그러면서 선심을 쓰듯 이따끔씩 남북 대화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친다. 여기에 매달려 연합연습을 희생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군은 기강 해이, 주적 개념 실종, 위계질서 붕괴, 성추행 사건, 경계 실패, 군 고위직의 정치화 등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다.

안보정론은 유비무환(有備無患), 항재전장(恒在戰場), 백련천마(百練千摩) 등의 사자성어들에 잘 함축되어 있다. 그렇다. 철저히 대비해야 근심이 없어지는 법이며 군은 늘 전장에 있다는 정신으로 백 번 천 번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중에도 이 훈련 정론들은 준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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