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단계 연장이 불가피한 건 알지만 저녁 시간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니 답답해 죽겠습니다.” (경기도 거주 직장인 류 모 씨)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지역은 물론 기간까지 확대되자 시민들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반응과 동시에 극심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역대 주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급증하고 있어 고강도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두 차례나 연장돼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데 대해서는 허탈감을 표했다. 게다가 대전에 이어 부산시가 이날 광역시로는 두 번째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혹시 모를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해운대 등 개장 중인 부산 시내 해수욕장마저 폐장되자 “올해 휴가는 다 갔다”는 푸념만 터져나오는 실정이다.
직장인 양 모(29) 씨는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한 지 한 달이 됐다”며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고 외부 활동도 하지 못하니 무기력감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정부가) 지난달 2주만 참으면 된다는 말을 해놓고 6주째 4단계를 적용한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며 “애초에 ‘짧고 굵게’라는 표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서 방역 당국이 종교 시설 대면 활동만 최대 99명까지 허용하자 예비부부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종교 활동 참석 허용 인원 기준은 완화하면서도 결혼식 참석 인원은 기존 방침대로 49명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종교 시설 대면 활동은 수용 인원과 상관없이 19명까지만 허용됐다. 하지만 이달 9일부터는 수용 인원 100명 이하 시설은 10명, 수용 인원 101명 이상 시설은 99명 범위 내에서 10%까지 대면 활동을 할 수 있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김 모(30) 씨는 “종교 시설도 99명까지 허용하는데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은 왜 49명으로 제한하냐”며 “결혼식을 미루자고 하면 예식장에서 위약금을 내라고 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했다. 종교 활동에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일륜지대사인 결혼식을 제한하는 데 따른 불만이다. 실제로 한 예비부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결혼식장 거리 두기 완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참하자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다른 세대에 비해 탈(脫)종교 성향이 두드러지는 MZ세대에도 반발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우리도 (술의 신) 디오니소스 신(神)을 믿는 종교를 창시하자”는 게시물이 큰 호응을 얻을 정도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 모(54) 씨도 “자영업자의 절박한 호소에는 꿈쩍도 안하더니 종교계의 파워가 얼마나 강하길래 예배 활동 참석 기준이 늘어났냐”며 “힘 없는 자영업자들은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배 모 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연장해도 단속을 교묘하게 피해 집이나 모텔에서 술을 먹는 사람들이 많더라”며 “단순히 (4단계) 연장만 한다고 해서 방역 상황이 나아지는 게 있나 싶다”고 말했다. 단속 강화에도 이른바 ‘꼼수 음주’가 많아 실효성이 있으냐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데 따라 서울경찰청과 합동 단속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기간은 9일부터 27일까지 3주다. 경찰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식품정책과 등 관계 부서는 합동 단속에 나서는 한편 시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신고 배너를 만들어 시민 신고를 받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