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향후 금융정책을 시장 친화적으로 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주 취임 일성으로 그간 규제 일변도 감독 체계의 궤도 수정을 천명했던 정은보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고 후보자는 지난 6일 금융위 1급 이상 간부 및 주요 국장과의 티타임을 통해 “금융회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시장 친화적 금융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 후보자의 발언은 지난주 취임사를 통해 “금융 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이라고 한 정 원장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고 후보자는 내정 직후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몸’이라고 말 한 바 있다.
특히 고 후보자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 안정과 함께 금융 발전도 필수적”이라며 “금융산업 자체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쟁력 있는 업권이 돼야 하고,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 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금융 중개 기능의 효율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설정했다. 우선 최근의 디지털화와 혁신의 움직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자주 소통하고 협력할 것임을 예고했다.
고 후보자는 소통의 범위도 금융기관 CEO에 국한하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생각”이라며 “금융산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도 깊이 경청하며 노조와도 창을 활짝 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고 했다. 정 원장도 취임사를 통해 “시장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소비자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 분야 전문가의 조언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