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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前보다 1.09℃ ↑…0.4℃ 더 오르면 인구 40% '생존한계'

[IPCC '6차 기후' 보고서]

◆10년 이상 빨라진 '1.5도 뜨거운 지구'

온실가스 현수준 지속하면 2021~2040년 1.5℃ 상승

신체 냉각기능 잃게 돼…폭염·폭우 강도도 세지고 빈번

탄소 배출 최대치땐 2081~2100년 3.3~5.7℃나 폭등






최근 몇 년새 지구촌의 폭염, 폭우, 대형 화재 등 기상이변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면서 기후 위기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9일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 감시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화재로 343메가톤(3억 4,300만 톤)의 탄소가 배출돼 기존 최대치인 지난 2014년 7월보다 20%가량 많이 관측됐다. 관측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지난달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은 북미와 시베리아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됐다. 시베리아의 동토층이 녹게 되면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인 메탄가스가 대거 방출되고 오래전 잠들어 있는 각종 바이러스와 세균을 깨우게 된다.

현재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서는 폭염과 가뭄으로 곳곳에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올해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유럽에서 집중된 산불로 12만 8,000㏊가 불탔는데 이는 평년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EU 재난위험관리국 기상학자인 제수스 산미구엘 아얀스 박사는 “산불 취약 지역이 지중해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도 미국 서부, 남미 아마존, 호주,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심지어 시베리아까지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폭염 사태 와중에 지난달 중순 독일 서부와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에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수백 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 서부에서도 폭우 사태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폭우 사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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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1850~1900년) 이전에 비해 1.1도가량 상승했다. 그런데 앞으로 0.4도만 추가 상승하면 세계 인구의 40%가량이 사는 적도 지역에서 인간 생존 한계온도가 초과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람의 피부 온도가 너무 올라가 신체가 자체 냉각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멕시코, 리비아, 인도, 브라질, 마다가스카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등을 연구해 올 3월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하며 “산업화 이전보다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젖은 천으로 감싼 온도계로 잰) 습구온도가 35도가 넘어 땀으로 체온을 식힐 수 없어 적도 지역 주민들이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류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합의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와 지구를 위한 기념비적 승리”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9일 “21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2040년 중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충격적인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 실무 그룹 보고서를 내놓았다. 1.5도 상승 시점이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2018)’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9~1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그만큼 인류에게는 기후 위기에서 지구를 지킬 골든타임이 줄어든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 총회와 2023년 시행되는 파리 협정의 이행 점검을 위한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011~2020년의 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했다. 2003~2012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0.78도 상승에 그쳤다. 지구 평균 해수면도 1901~2018년 사이 무려 20㎝나 높아졌다. 해수면 평균 상승 속도의 경우 1901~1971년 사이에는 연 1.3㎜이나 2006~2018년 사이에는 연 3.7㎜로 약 2.85배 급증했다.

IPCC는 2081~2100년의 전 지구 지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1.0~1.8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3.3~5.7도나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 평균 해수면의 경우 1995~2014년 대비 2100년까지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28~55㎝,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나리오일 때 63~101㎝나 급상승할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화 이전 시기 50년에 한 번 발생했던 수준의 폭염 사태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상승시 빈도가 8.6배 증가하고 강도는 2.0도 강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IPCC는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폭염 등이 증가하며 호우와 홍수도 강도가 세지고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온도 상승은 더 뚜렷해 기상청은 올 1월 IPCC 보고서의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기반으로 상당히 암울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한반도 기온이 1995~2014년에 비해 2021~2040년 1.8도 상승하고 2041~2060년에는 3.3도 급등하며 2081~2100년에는 최고 7도까지도 폭등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기상청은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도 2021~2040년 1.6도, 2041~2060년에는 1.8도, 2081~2100년에는 2.6도 상승을 예상해 심각한 기후 위기 사태를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5~2019년의 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1.1도 상승했고 최근 5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5년으로 기록됐다고 분석한다. WMO 측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 경우 극한 고온, 호우, 가뭄 등 자연재해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온난화 속도와 규모에 따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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