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상원의 1조 달러 규모 인프라 예산 통과소식에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상승했습니다. 민주당은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인프라 예산의 단독 처리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시장은 인플레이션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인프라 예산에 11일에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이날은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시장 전망 웨비나가 있었습니다. CPI 발표를 앞두고 캐시 우드가 인플레에 관한 얘기를 적지 않게 했습니다.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시장, 성장과 가치 사이에서 줄다리기…인플레가 일시적이냐 드러날 때까지 지속”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지금의 증시에 대해 “성장과 가치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라고 정의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듯 그의 생각은 혁신이 동반된 성장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혁신이 동반된 성장이란 테슬라 같은 기업을 뜻하지요.
물론 이는 궁극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구요. 그는 “당분간은 성장과 사치주 사이에서 싸움이 이어지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질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캐시 우드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사실 디플레이션 요소가 더 많다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주장하는 내용이긴 한데요. 결과적으로 성장(궁극적으로는 혁신이 동반된 성장주) 쪽이 더 유망하다는 말이죠.
캐시 우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계속 돈을 공급하고 연방정부가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을 준비하고 있다. 그 뒤로도 3조5,000억 달러짜리가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매우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업들이 치솟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1,010만개에 달하는 구인 건수도 임금인상 인플레이션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게 다가 아니라고 봅니다. 캐시 우드는 △내구재의 대규모 소비 △자동화 △생산성 증가 △자동차 수요 둔화 △전기차 시대개막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들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내구재 수년 간 소비 없고 중고차 지수 떨어져…10년물 국채 당분간 1.40% 안 넘어”
우선 캐시 우드는 자동차 같은 내구재 소비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2분기 특정 시점에 내구재 소비가 전년 대비 75% 폭등하는 것을 본다. 내구재는 3~5년을 쓰는데 집 안에 재고가 쌓여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미국은 공식적으로 1분기에만 내구재 소비가 50%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몇 년씩 두고 쓰는 내구재를 보복소비로 특정 시기에 많이 산 결과 한동안 소비가 없을 수 있습니다. 수요감소는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겠죠.
임금인상 인플레에 대해서는 “생산 단위당 노동비용을 보면 의외로 낮다. 이는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며 “최저임금과 일부 낮은 급여 업종에서는 (인상을) 보고 있지만 우리는 임금인상 인플레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자동차 관련 요소도 많습니다. 캐시 우드는 "미국의 자동차 내수가 1,850만 대를 기록했는데 지난 4월과 7월에는 연환산 기준으로 1,475만 대 수준”이라며 “자동차 수요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하임 중고차 지수가 지난 6주 간에 걸쳐서 하락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도매 중고차 가격지수가 7월에 전월 대비 2.6% 하락했는데요. 중고차 가격 상승은 최근 CPI 증가분의 3분의1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중고차값 하락은 CPI가 내려갈 수 있음을 의미하지요.
특히 캐시 우드는 중고차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연기관차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이들이 차를 내다팔 것으로 봤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으로 하겠다고 했죠. 지속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월가, “물가 상승 피크 다다랐다”…임대료가 마지막 관건
물가상승을 이끌었던 원자재도 그렇습니다. 목재가격은 5월 대비 3분의1 밑으로 떨어졌고 구리도 5월과 비교해 10% 정도 하락했는데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70달러가 깨졌습니다.
캐시 우드는 "이같은 상황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앞으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나는 인플레가 낮은 방향 쪽으로 풀려 성장주에 도움이 되고 가치주에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당분간 연 1.40%를 넘지 않을 것이며 1.34~1.39%가 저항선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날 10년 물 국채는 한때 1.35%대까지 올랐습니다.
실제 캐시 우드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월가에는 많습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7월이 인플레이션이 가장 뜨거웠던 달이었을 수 있다. 경제활동 재개가 마지막으로 영향을 미치는 달”이라며 “우리는 정점에 있다. 7월이 아니면 6월이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서울경제와 창간 인터뷰를 한 세계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미국 핵심전략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매더 역시 “우리는 몇 달 안에 인플레이션의 피크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피크를 지났다고 해서 급격히 떨어지는 건 아니라 게 중요합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도 수차례 전해드렸듯 임대료를 봐야 하는데요. 나트웨스트 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케빈 커민스는 “경제활동 재개와 수요급증으로 가격이 올랐던 것들은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임대료가 낮아진 부분을 상쇄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그는 지난해 임대료가 2.3% 올랐고 내년에도 2.4% 상승할 것이라고 봅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도 “임대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반영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며 “내년 초쯤에는 임대료 인상이 매우 강력해질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물가상승세는 곧 정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하겠지만 한동안 높은 수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피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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