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주체가 중소기업만으로 제한된 일부 시장의 경우 대기업에도 참여 기회를 주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업을 통해 성과를 속속 내고 있어 더 이상 대기업의 진출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소잔여형(LDS) 백신주사기의 특허를 보유했지만 대량생산 능력이 부족했던 풍림파마텍의 스마트 공장 구축을 삼성전자가 지원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정책이 운영되는 방향성은 유지하되 사회적 파급력이 큰 분야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공공 조달 시장에는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 운영 방향이 우선적”이라며 “다만 중소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이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대·중소기업 간 협력 모델을 과감하게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백신 접종 예약 사이트의 경우 중소기업 자체의 역량이 부족했다기보다는 빠른 시간에 진행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스템이 구축됐더라면 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 단장은 “백신 사태처럼 사후 관리 이슈 대응에 있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일부 분야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멘토가 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조달 시장에서 대기업에 시장을 개방해도 대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업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는 데다 설사 입찰된다고 해도 재하청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송기호 정보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경우 최근 대기업까지 눈독을 들이는 것은 리스크가 없고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대기업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큼 규모가 있는 사업은 일부에 불과해 그동안 대기업이 외면해와 중소기업만의 시장이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원청과 하청의 상하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대기업 제한을 풀기는 어렵다”며 “이행보증금 관리를 통해 국민의 편익이 최대에 이를 수 있는 조건에서는 중소기업이 원청이 되고 대기업이 하청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건 한국조달연구원 혁신조달지원센터장은 “외산 제품 혹은 부품에 잠식당한 품목부터 정부가 발굴해 공공 조달 상생협력지원제도를 통해 국내 대·중소기업이 함께 국산화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