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전 통해 세상읽기] 수이불실

1위만 기억하는 한국의 올림픽 시선

이번엔 모든 선수들에 아낌없는 박수

공자도 부진한 제자에 '위로 메시지'

"싹 틔어도 꽃 안 필 수도" 맹진 응원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제32회 하계 올림픽인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달 23일에 개막해 이달 8일에 폐막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17일간 33개 종목에서 그동안 갈고닦았던 기량을 뽐냈다. 도쿄 올림픽은 시작하기 전부터 축하와 기대보다 우려와 불안이 교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본 국민들 중에는 코로나19가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바이러스 확산을 가져오고 경제적으로 이익보다 손해가 예상된다며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짧게는 지난 5년, 길게는 평생 실력을 갈고닦은 선수들의 피와 땀을 도외시할 수 없었다. 온갖 우려와 불안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선수들의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일부 경기장을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펼쳐졌다. 이 때문에 경기 외적 요소보다 선수들이 더 주목을 받은 듯하다. 경기장의 선수 이외에 다른 화젯거리가 없었으므로 미디어가 경기 내내 선수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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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경우 승패와 관련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에는 선수와 국민이 금메달이 아니면 주목할 만한 가치를 두지 않았다. 금메달이 아니면 시상식 이후에 메달을 목에서 벗는 선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메달의 색깔만 따지는 시선’과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비인기 종목의 선수는 설혹 좋은 성적을 거둬도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올림픽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도 명(明)과 암(暗)을 각각 따로 비추는 차별이 있었다.

이번에는 수영에서 황선우 선수,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그리고 여자 배구 대표팀은 메달을 수상하지 못했지만 예선과 결선 과정에서 보여준 기량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도 수상을 못 했다고 해서 귀국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여자 배구 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메달 획득을 못 한 선수들에게 “어떤 메달도 여러분의 열정과 땀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위로를 했다고 한다. 이 말은 여자 배구 대표팀만이 아니라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선수에게도 해당되고 또 일상을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공자는 3,000명의 제자를 길러냈다고 한다. 그중에 어찌 선생의 속을 썩이지 않는 사람이 없었을까. 공자는 재여(宰予)가 낮잠 자는 장면을 보고서 크게 실망한 듯했다. 이에 이전에 내가 사람의 말을 들으면 그대로 실천하리라 믿었지만 이제부터 사람의 말을 들으면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 관찰해야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낮잠을 잤다는 사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식었기 때문에 공자가 실망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공자는 기대와 달리 실력이 확 늘지 않아 제자리를 맴도는 제자들도 본 모양이다. “싹이 틔었지만 꽃이 피지 않는 경우도 있고, 꽃이 피었지만 열매가 맺지 않는 경우도 있도다(묘이불수자유의부·苗而不秀者有矣夫, 수이불실자유의부·秀而不實者有矣夫).” 이 말을 올림픽에 적용하면 묘이불수는 예선에 진출했지만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에, 수이불실은 결선에 진출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 해당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공자가 “싹을 틔운 뒤에 꽃을 피우고 꽃을 피운 뒤에 열매를 맺는 경우가 있다(묘이후수자유의부·苗而後秀者有矣夫, 수이후실자유의부·秀而後實者有矣夫)”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공자는 묘이후수와 수이후실의 제자를 칭찬해 맹진하도록 했지만 묘이불수와 수이불실의 제자를 위로해 앞으로 나아가도록 격려했던 것이다. 공자의 인간적인 묘미가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1등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학생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건넸기 때문이다. 간혹 공자가 묘이불수와 수이불실의 말로 제자를 질책했다는 풀이도 있다. 물론 선생이 학생에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다그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읽으면 공자가 성취에만 주목하는 너무 차가운 선생이 된다. 우리도 묘이불수와 수이불실의 선수가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지를 잊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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