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인터넷 판매가 빠른 속도로 자리 잡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20% 가격을 할인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컬래버레이션까지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노조 반대로 인터넷 판매를 시도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수입차 브랜드 시트로엥은 이달 최고 18% 인하된 가격으로 자사 제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모션은 인터넷 오픈마켓 플랫폼인 ‘11번가’와 협업해 올해 최대 규모 할인 혜택으로 진행된다.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인터넷으로 차를 파는 것에 더해 고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위한 ‘컬래버 판매’까지 인터넷 자동차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비대면으로 진행돼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인터넷 판매는 수입차들의 주무대다. 시트로엥 외에도 BMW가 지난 2019년 12월 오픈한 ‘BMW 샵’을 통해 한정판 모델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고 같은 독일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안에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공개할 예정이다. 볼보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가 향후 출시하는 전기차는 전량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황이다.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 온라인 판매로 성공한 것을 보고 완성차 브랜드들이 판매 전략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들이 성과를 거두자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인터넷 판매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국GM은 신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 EUV를 전량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한시적으로 일부 물량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100%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구축한 처음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매 인력 감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영국·싱가포르·러시아·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관련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차를 제일 많이 파는 국내 시장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 생산된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방침을 세웠지만 자체 모델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온라인 판매 도입이 늦춰지면 자동차 시장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은 글로벌 완성차 온라인 판매 대수가 지난해 100만 대 수준에서 2025년 60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지가가 비싼 지역에 있는 영업점 규모를 축소하면 임대료 부담을 줄여 판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