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 문명의 발달에 있어 이동을 편리하게 해주는 말(馬)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했고 산업혁명을 이끈 것도 증기기관의 발명이었다. 현대사회에서는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해 이동과 관련된 산업들이 주요 나라의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빌리티’란 이동을 편리하게 하는 모든 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부터 전기차 등 친환경 차, 정보기술(IT)과 자율주행을 융합한 스마트카, 차량 공유 등 이동 서비스, 드론·플라잉카 등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존의 자동차 산업은 경계가 사라지고 모빌리티 산업으로 융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간에서는 치열한 경쟁과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후발 주자인 테슬라가 지난 세기를 지배한 도요타와 폭스바겐, GM과 포드를 모두 합친 것보다 시가총액이 높다. 자동차 기업이 아닌 IT 기업 구글이 자율주행의 선두에 있다.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은 세계적인 로봇 기술력을 가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보틱스와 UAM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와 국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오직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야가 좁아 보인다. 전기차 보급에 있어서도 산업적 관점이 아니라 ‘친환경’에만 집중하다보니 각종 보조금 정책과 충전 인프라 구축이 환경부 주도로만 이뤄져 왔다.
단적으로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 시장을 보면 정부 예산을 배정해 환경부나 한국전력 등이 직접 설치하는 충전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적 성격의 인프라는 민간이 직접 설치한 것과 비교해 아무래도 관리가 소홀하고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보급이 본격 확대되는 시대에 대비해서는 세금 직접 투입보다는 세액공제 등을 통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미래 모빌리티는 지금의 반도체나 휴대폰과 같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규제하기보다는 자유로운 산업 육성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특히 UAM이나 로보틱스 등 아직 본격적으로 실현되지 않은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들을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 딱 하나 신경을 써야 한다면 모빌리티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위협받는 기존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고민이다. 대표적으로 전기차로 자동차 업계가 전부 재편이 되면 수많은 부품 회사와 정비 업체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들이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고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절충점을 찾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산업 전반을 이해하는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