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납치된 '천만 배우' 황정민…영화야 실제야? 헷갈리네

[리뷰] 영화 '인질'

'황정민'역 황정민이 연기…리얼리티 UP

인질범과의 대치·추격신 등 흥미진진

영화 ‘인질’ 스틸컷./사진제공=NEW영화 ‘인질’ 스틸컷./사진제공=NEW




황정민이 납치됐다.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바로 그 사람, ‘천만 배우’ 황정민이다. 평소처럼 정신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한 후 집으로 향하던 그가 생면부지 남성들에게 두드려 맞고 끌려 갔다. 유명 배우가 사라졌지만 목격자도, 단서를 제공할 CCTV도 없다. 하필 어두운 새벽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서 납치 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정신을 잃은 채 끌려가 감금된 곳 역시 낯선 장소다. 표정만 봐도 섬뜩한 인질범들에게 둘러싸인 황정민, 이제 인생 최대의 목표는 영화 흥행이 아니라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인질’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황정민이 납치된 후 벌어지는 일련의 가상 상황을 롤러코스터 타듯이 스릴감 넘치게 풀어낸 작품이다. 단연 관심을 끄는 것은 영화 속 황정민 역을 황정민이 직접 연기했다는 점이다. 너무나 ‘황정민’ 그 자체인 황정민의 연기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 속 이야기가 허구인 줄 알면서도 자꾸만 사실이라 착각하며 사건 전개에 빠져 들게 된다. 극강의 리얼리티를 원했다는 필감성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구현됐다고 할 수 있다. 감독은 리얼리티를 끌어 올리기 위해 황정민이 출연했던 주요 작품의 명대사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납치된 황정민과 진짜 황정민을 동일시하게 된다. 원테이크로 촬영한 산속 추격신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현장에서 직접 탈출 상황을 지켜 보는 듯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 ‘인질’ 스틸컷./사진제공=NEW영화 ‘인질’ 스틸컷./사진제공=NEW



영화는 잠시도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황정민과 인질범, 경찰의 추격전이 빠르게 전개된다. ‘믿고 보는’ 황정민의 뛰어난 연기도 관객의 불안감을 높인다. 당장 죽임을 당해 땅에 파묻히더라도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는 곳에서 황정민이 광기 어린 인질범에게 고문 당하고 대치하는 상황은 너무 현실적이라 공포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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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외의 배역, 즉 인질범과 경찰 역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배우들이 맡았다는 점 역시 리얼리티를 배가한다. 감독은 인질범 역 캐스팅을 위해 1,000명 넘게 오디션을 봤고, 뛰어난 배우들 가운데 황정민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얼굴들을 찾아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절대적인 부분을 황정민이라는 한 명의 배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그의 명연기는 ‘볼 거리’ 그 자체지만 그의 연기를 빼고 나면 기존 인질극 영화와 큰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 등장 인물들의 특징과 관계, 기승전결이 다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질은 여름 극장가에 충분히 어울리는 작품이다. ‘베테랑(2015)’, ‘공작(2018)’,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등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에도 ‘여름엔 황정민’이라는 극장가의 공식이 성립할 것으로 기대된다. 러닝타임 94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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