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김기훈 "자만하지 않고 미래를 노래하는 바리톤 될 것"

■BBC 카디프 아리아 부문 한국인 첫 우승

"황홀한 무대 찬사 들었지만

우승 타이틀 하나 얻었을 뿐…

여전히 부르고 싶은 노래 많아"

내달 4일 국내서 첫 리사이틀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중 ‘당신의 시선을 나에게 들려주세요’를 부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중 ‘당신의 시선을 나에게 들려주세요’를 부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카디프 콩쿠르 영상을 보며 성악가의 꿈을 키웠는데, 그 경연에서 우승까지 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수상의 순간을 회상하는 수줍은 미소와 묵직하고 깊은 목소리의 간극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6월 한국인 최초로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이하 카디프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기훈(사진)은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승 타이틀을 하나 얻었다고 자만하지 않겠다”며 “항상 미래를 향해 노력하는 바리톤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카디프 콩쿠르는 영국 BBC가 1983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하는 세계적인 대회다. 바리톤 브린 터펠, 드미트리 흐보르스톱스키 등 세계적 성악가를 배출한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바리톤 노대산(1999년)과 베이스 박종민(2015년) 등이 가곡 부문에서 우승했지만, 주요 경연인 아리아 부문에서 정상에 오르기는 김기훈이 처음이다.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오페랄리아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연이어 2위를 차지했던 그에게는 더욱 뜻 깊은 우승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승했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파이널에 오른 성악가들은 다 1등의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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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기훈의 목소리는 대회 예선에서 심사위원의 눈물을 끌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가 코른골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1920년) 중 아리아 ‘나의 그리움’을 부르는 도중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소프라노 로베르타 알렉산더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BBC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방송됐다. 그는 “할말을 잃을 정도로 황홀한 무대였다”고 김기훈의 노래를 극찬했다. 하지만 최고의 찬사를 받은 주인공은 정작 무대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사위원 표정이 내내 어두웠거든요. 아, 내가 평생 한 번 있을 무대를 망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부담이 컸죠.” 자신의 콩쿠르 영상을 챙겨보지 않는다는 그는 한참 후에야 당시 영상을 보고 이 ‘놀라운 뒷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한다. 결선 무대에서는 안정감 있고 기품 있는 음성으로 로시니 ‘세비야 이발사’, 바그너 ‘탄호이저’, 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 중 아리아를 불렀고 “저 가수는 이미 월드 클래스”라는 찬사와 함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김기훈은 개인기로 성악가 흉내를 내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곡성의 고등학교에 다니며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게 다였던 그는 늦깎이로 성악에 발을 내디뎠고, 자신만의 음색과 노력으로 29세에 세계 오페라 무대의 중심에 섰다. 2016년부터 독일 하노버 슈타츠오퍼에서 독주자로 활동해 온 그는 내년에 독일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오페라 ‘라 보엠’ 주역을, 미국 샌디에이고 오페라하우스에서 ‘코지 판 투테’의 주역을 각각 맡는다. 영국 코벤트하우스, 미국 워싱턴 국립오페라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다.여전히 하고 싶은 무대, 노래가 많다는 그는 “현재에 만족하는, 지금을 유지하는 예술가로는 남지 않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내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창회는 국내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그의 첫 리사이틀이다. 카디프 콩쿠르 결선에서 부른 주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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