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구의 준공 3년 차 대단지(4,932가구 규모)인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의 전용 59㎡ 10층 매물은 지난달 2일 15억 원에 실거래됐다. 이는 해당 평형 최고가 거래인 동시에 강동구에서 처음으로 59㎡ 아파트 가격이 대출 불가 기준선을 넘은 거래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마곡13단지 ‘힐스테이트 마스터’ 전용 84㎡ 6층 매물은 지난달 15일 15억 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최고가는 지난달 10일 거래된 14억 9,500만 원. 이번 거래로 강서구는 서울에서 30평형 기준 열여덟 번째로 15억 클럽 단지를 보유한 자치구가 됐다.
서울 전역에서 소형인 20평형(전용 59㎡)은 물론 국민 평수(30평형·84㎡)에서 기존 가격 허들을 뛰어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를 서울 자치구별로 분석한 결과 서울 25개 구 전 지역에서 전용 59㎡ 매매가가 9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25곳 중 절반가량인 12곳에서는 20평형 아파트 값이 15억 원을 넘어선 거래가 발견됐다. 이미 서울 전 지역에서 전용 84㎡(30평형) 아파트 값은 10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한 전문가는 “서울 전역에서 20평형은 15억 원, 30평형은 20억 원 시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20평 아파트 값, 15억 시대 오나=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해보면 현재 59㎡ 기준 15억 원을 초과하는 단지가 있는 자치구는 절반가량인 12곳에 이른다. 강남 4구를 비롯해 마포구·용산구·성동구·종로구·광진구 등 주요 지역들이 이에 해당한다.
조만간 이곳에 영등포구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당산동 ‘당산센트럴아이파크’ 28층 매물이 14억 8,000만 원에 거래되면서 15억 원 초과를 코앞에 뒀다. 만약 이 단지에서 15억 원 초과 거래가 발생할 경우 서울 시내 자치구 중 15억 원 초과 단지가 나온 곳은 13곳으로 절반을 넘게 된다.
이미 강남구와 서초구·용산구 등 세 개 자치구에서는 전용 59㎡ 실거래가가 20억 원을 넘어섰다. 송파구 잠실동의 엘스와 리센츠에서도 전용 59㎡가 19억 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만큼 송파구 역시 20억 원대 돌파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0평형 기준으로 10억 원 초과 거래 사례가 없는 곳은 강북구와 도봉구다. 소형 아파트 값도 전 지역이 10억 원인 시대가 사실상 열린 셈이다.
◇30평형은 이미 18곳 15억 넘어=국민 평수인 전용 84㎡는 이미 25개 전체 구가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서울에서 84㎡ 단지가 10억 원을 넘지 않았던 마지막 자치구는 도봉구였다. 올 1월 5일 창동의 입주 24년 차 아파트인 동아청솔 전용 84㎡가 11억 원에 거래되면서 서울 전역이 10억 클럽이 됐다.
30평형의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분석 결과 서울 25개 구 중 15억 원을 초과한 곳은 절반을 넘는 18개 구에 이른다. 강북구와 관악구·금천구·노원구·도봉구·은평구·중구를 제외한 18개 자치구에서 15억 원 초과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15억 원을 돌파한 단지가 없는 지역에서도 14억 원대 거래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실제 관악구에서는 봉천동 ‘이편한세상서울대입구 1단지’가 4월 1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노원구에서 ‘청구 3차(매매가 14억 3,000만 원)’, 은평구에서는 ‘녹번역 이편한세상캐슬(14억 110만 원)’ 등이 15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평형 기준으로 20억 클럽 가입 지역도 늘고 있다. 광진구 광장동의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17일 21억 8,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30평형=20억 클럽’ 지역은 강남 3구 등을 포함해 8곳이다.
◇수요에 맞는 공급은 아직 안 나와=시장에서는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 이후에도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아파트 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임병철 부동산114리서치 팀장은 “집값 상승의 궁극적 원인인 공급 부족은 당장 올해 해결하기 어려운 데다 정책 신뢰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상승 기대감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정도가 하락 요인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개발 공약에 따른 기대감 등 상승 요인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공급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공급 발표를 넘어 실제 수요에 부응하는 도심 내 공급이 현실화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고 수요에 맞는 공급에 나서는 정책적 전환 없이는 서민들의 절망, 자산 양극화 등 사회문제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