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법인세에 기댄 文정부, 내년 예산 '600조' 넘긴다

법인세 72조로 확대 전망, 내년 국세 수입 330조로 '최대'

소득세수도 100조 돌파…文정부 5년만에 지출 200조 늘어

국가부채는 1,000조 넘어서 정부 '돈 풀기' 비판 거세질듯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자가격리를 마치고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인세 증가를 앞세워 내년 국세 수입이 330조 원 안팎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세수 호조를 믿고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8%대 늘려 사상 처음 600조 원 넘는 예산 편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과 국민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며 더 낸 세금을 재정 건전성 강화에 활용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까지 ‘돈 풀기’에만 집중해 부채 증가 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게 됐다.



22일 당정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예산안 및 국세 세입 예산안 등을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경상 성장률(물가 상승을 포함한 성장률)을 4.2%로 전망하면서 경기회복세가 완연하게 유지될 것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와 같이 자산 시장에서 세수가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법인세 등 3대 세목을 중심으로 세수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는 국세 수입은 지난 2016년 242조 6,000억 원에서 2017년 265조 4,000억 원, 2018년 293조 6,000억 원으로 10% 안팎 늘다가 저성장과 코로나19가 맞물리며 2019년(293조 5,000억 원)과 2020년(285조 5,000억 원)은 뒷걸음질쳤다. 올해는 경제 회복세에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 호황까지 더해져 당초 예상했던 282조 7,000억 원에서 31조 6,000억 원 늘어난 314조 3,000억 원의 국세 수입이 예상된다. 내년 국세 수입이 ‘330조+α’가 된다면 5%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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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세수 증가의 주된 요소 중 하나는 법인세다. 상반기까지 나온 기업 실적을 토대로 할 때 2020년 55조 5,000억 원, 올해 65조 5,000억 원에 이어 내년에는 2019년(72조 2,000억 원) 수준 이상의 법인 세수가 예상된다. 수출 호조 속에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1조 9,496억 원(50.4%↑), SK하이닉스는 4조 189억 원(46%↑)을 기록하는 등 상위 3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3조 2,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법인세는 그해 실적을 토대로 다음 해 3월 절반 이상을 납부하기 때문에 전년도 기업 실적이 세수를 좌우한다.

소득세도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 등의 요인에 호조가 예상된다. 지난해 93조 1,000억 원이던 소득세 세수는 올해 99조 5,000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이 같은 증가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가세 역시 지난해 64조 9,000억 원에서 올해 69조 3,000억 원으로 늘었고 민간 소비가 살아나면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델타 바이러스 확산에도 서비스업과 소매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물가 상승률과 세수 탄력성을 고려할 때 내년 세수는 올해보다 최소 13조 원 이상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종합부동산세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대로 내년에 공시가가 인상되면 이에 연동돼 증가한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금 납부 유예 조치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올해 잡혀야 할 세수가 내년으로 이연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주식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 자산 시장에서 걷는 세수는 변동성이 높아 내년 추계를 신중하게 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양도세와 상속·증여세,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 등 자산 시장과 연동된 국세 수입은 36조 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5.6%(15조 8,000억 원) 급증한 바 있다.

정부는 법인 세수 증가 등은 확정적이어서 이를 토대로 내년 예산 증가율을 8%대로 사상 첫 600조 원대 예산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558조 원)보다 내년 총지출을 8.0% 늘리면 602조 원이 되고 8.5%면 605조 원에 달한다. ‘8%대 증가율’은 올해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논의되던 기준선 7%나 지난주 기재부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7.5%보다 높은 것이다. 코로나 델타 변이를 감안해 내년 코로나 백신 구매 예산은 계획 보다 1조원 증액해 2조 5,000억 원을 담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 역시 올해 1조원 보다 대폭 늘려 편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5년 만에 정부 예산은 200조 원이 증가하면서 국가 채무도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하게 됐다.


세종=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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