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음악은 출근길이나 퇴근길은 물론 TV 광고, 라디오를 비롯해 빌딩·병원·레스토랑·카페·체육관 등 생활 공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에 비해 경제학 관점에서 음악 산업의 규모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작은 산업에 머물러 있다. 2017년 전 세계 음악 부문 지출은 5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06%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잃어버린 13년이 있다. 전 세계 음원 시장 규모는 2001년 236억 달러에서 2014년 140억 달러로 오히려 -40%의 역주행을 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성장의 가장 큰 이유는 기술 혁신이었다. ‘디지털 음원’ 개발과 인터넷 확산이 음악 산업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냅스터로 대변되는 파일 공유와 불법 복제가 CD 등 전통적인 음반 수입을 같은 기간 동안 약 3분의 1 수준으로 위축시켰다.
그러나 6년 전 또 다른 반전 양상이 시작됐다. 음원 시장 규모가 2015년부터 급반전해 지난해 216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가장 호황기였던 2000년대 초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반전의 핵심 또한 기술 혁신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향이었다. 저장 매체에 내려받지 않아도 실시간 재생이 가능한 기술에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대, 통신 기술의 혁신, 유튜브·스포티파이를 포함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들의 확장이 어우러져 2015년부터 폭발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유료 구독자 수는 2017년까지 3년 남짓한 기간에 6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초 음원 시장에서 10%에도 못 미쳤던 스트리밍 서비스가 2020년 기준 134억 달러로 6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불법 복제를 자연스럽게 퇴출시킨 데다 음악을 듣는 시간이 2~3배 늘어나면서 음반 매출과 콘서트 횟수도 증가 추세로 반전된 것이다.
기술 혁신은 자동차 등 제조 기반의 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 산업과 같은 경험 경제에 더 빠르고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특히 음원 소비 방식 중 스트리밍이 대세라고 전망되는 가장 큰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기술적 기반이 모두 융합돼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고 개인별로 추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빅데이터·인공지능(AI) 알고리즘, 클라우드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는데 향후 그 발전의 폭이나 확장성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의 측면에서 요즘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글로벌 음악 산업 내 거대한 반전의 조짐들이다. 디지털 경제의 그늘에서 상대적으로 암울하게만 보였던 음악 산업이 또 다른 디지털 기술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성장의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음악 산업 내 플랫폼 기업들의 구독자 수 및 구독료 증가가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음반 기업들의 저작권 가치 상승이 돋보이는 국면이다. 글로벌 음악 기업들은 최근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디지털 음원 수익 확보를 위해 수많은 제휴와 대규모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방향에 대한 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깊은 속내가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