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그널] '역외 탈세' 칼 빼든 당국…PEF, M&A 위축 불가피

대표 운용역의 국적 해외인 경우

고의건 실수건 세금 누락 가능성

코로나로 인수합병 시장 팽창에

업계 '탈세 운용사' 꼬리표 달리면

자금 유치 쉽지 않아…'전전긍긍'





국세청이 역외 탈세 근절을 천명한 가운데 아시아 1위 사모펀드(PEF)인 MBK에 대해 조사에 들어가자 일부 PEF도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과는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외국계 출자자(LP)의 자금이 섞여 있거나 대표 운용역의 국적이 해외인 경우도 모두 포함된다. 수익 분배 과정에서 고의건 실수건 세금이 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3일 세무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역외 탈세와 관련해 복수의 국내 대형 PEF를 대상으로 주요 거래를 심도 있게 살피고 있다. 완전한 해외 PEF 역시 국내 기업 매각 차익이 어디로 돌아가는 지 눈여겨 보고 있다.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 PEF과 국내 기업을 팔아 차익을 내면, 소득은 해당PEF의 출자자 국적에 따라 과세한다.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은 국가에 속한 기관투자자는 소속된 국가에 납세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은 2019년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가 카버코리아 매각 과정에서 거둔 1조 9,000억 원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베인과 골드만 측은 펀드 출자자의 국적에 따라 신고 납부했지만, 국세청은 일부 착오에 의한 누락을 발견해 추가로 과세했다.

해외 기업과 PEF 간 거래였던 2015년 영국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서도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를 발견하고 영국 현지 조사를 거쳐 수천억원을 과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세무 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국세청이 사모펀드를 조사하는 이유는 과세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케이스에 과세가 불과할 것이라고 판단해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의 국내 사모펀드는 대표 운용역이 외국 국적인 경우에도 국내에 급여소득을 신고 납부해 왔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사모펀드 전문 세무사는 “국내 PEF 중 상위 2곳 만 대표 운용역이 외국 국적인데 그 중 한 곳은 국내에 신고 납부해 왔기 때문에 소득을 탈루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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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세청이 나선 이유는 코로나19를 전후로 계속되는 양적완화 영향으로 기업 인수합병(M&

A) 시장에서 PEF의 존재감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PEF들의 거래 금액도 ‘조’ 단위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출자자가 대부분인 MBK의 두산공작기계는 매각가가 2조 4,000억 원이었다. 일부 외국계 자금을 받아 펀드를 꾸린 베인캐피털이 매각 중인 ‘휴젤’ 역시 매각가는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출자자가 다수인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7조 원)도 대형 딜로 거론된다.

국세청은 최근 역외 탈세에 대한 조사를 한층 확대·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역외 금융 계좌 정보를 확보하는 나라를 102개국에서 110개국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사실상 사각지대로 평가받던 몰디브·도미니카연방·에콰도르 등 역외 탈세 사각지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양해지는 수법에 대해서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핀테크 등을 악용해 역직구 판매액이나 무역 대금 등을 탈루한 경우, 부당 내부 거래를 통한 국외 소득 이전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확인해 46명을 적발해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지난 2019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역외 탈세에 대해 조사해 총 1조 4,548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국세청에서 역외 탈세에 대한 조사 범위를 PEF 운용사들로 확대하면서 관련 업계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 없이 세금 납부를 누락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차원에서 봤을 때 출자자 입장에서는 ‘탈세 운용사’에 출자를 꺼릴 수 있다. ESG 기조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탈세나 명의 신탁, 분식 회계, 자금 세탁, 부동산 투기, 범죄 수익 추구 등은 최대주주의 결단이나 암묵적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지배 구조 영역과 맞닿아 있다.

강도원·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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