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엔솔, CATL에 1위 내줘…OCI는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 중단

■ 한중 수교 29년…韓 주력산업 中에 잠식

中, 정부 등에업고 파상공세…기술 개발·증설 드라이브

韓 가격경쟁력 뒤처지며 태양광·조선 등 따라잡혀

고부가 산업도 추격 눈앞…규제 개혁·정부지원 시급





배터리, 태양광,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조선까지 2000년대만 하더라도 수출 강국 대한민국호(號)의 대표 1등이었던 산업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튼튼한 내수 시장, 정부 당국의 막대한 지원을 앞세운 중국의 파상 공세에 가격은 물론 기술 경쟁력까지 따라잡히고 있다.




LG엔솔, 中 CATL에 1위 자리 내줘

향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평가되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CATL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 기관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판매된 전 세계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CATL은 29.9%의 점유율로 LG에너지솔루션(24.5%)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8월만 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하기 전 배터리 사업을 담당했던 LG화학은 연간 누적 배터리 사용량 1위를 기록했다. LG화학의 대대적 투자를 기반으로 한 앞선 기술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 배터리 1위 기업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는 반년 만에 꺾였다. 지난해 9월 CATL이 LG화학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다.

중국은 정부 당국의 탄탄한 금융 지원을 등에 업고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CATL을 필두로 10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기술 개발과 생산 라인 증설에 힘쓰고 있다. 가격 경쟁력 부문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뒤처진다. CATL은 기존 주력 제품인 리튬 배터리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공개하며 우리 기업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OCI,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국내생산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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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양광 폴리실리콘 제조 업체 OCI는 캐시카우였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굴복한 것이다. OCI는 2006년 태양광 산업의 핵심 원료인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며 투자를 늘려 회사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사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이 시작된 2012년 무렵부터 실적은 내리막길을 타며 2019년에는 1,806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은 승승장구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증설을 거듭했고 세계 수요의 3배 물량을 공급하며 치킨게임을 벌였다. 단기 수익을 포기하면서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려 향후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질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벌였던 치킨게임을 태양광 부문에 적용한 것이다. 10년 새 중국의 태양광 시장은 700배 성장했다.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 순위는 1·4·5위다.

中, 조선 수주점유율 45%로 韓 제쳐

조선 분야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앞서나갈 태세다. 한국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는 여전히 앞서지만 벌크선·컨테이너선에서는 중국에 시장을 속절없이 내줬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월 누적 수주 점유율 기준으로 2000년만 하더라도 중국은 7.9%로 3위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은 41.6%, 일본은 27.5%에 달했다. 그러나 불과 6년 만인 2006년 중국은 32.3%로 1위로 치고 올라왔으며 최근에는 점유율을 45.4%까지 올렸다. 중국의 선박 굴기 이면에는 저가 수주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자국의 해운 발주량, 금융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다인 KOTRA 중국 상하이무역관 과장은 “조선은 원재료·설계·선박제조·해운산업으로 이어지는 국가 핵심 산업”이라며 “중국은 큰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LCD 패널은 중국에 오래전에 시장을 내줬다. 2000년대 LC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1·2위를 차지하며 세계 LCD 패널 시장을 주름잡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굴기를 선언한 후 BOE·CSOT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BOE는 2017년 한국 기업을 밀어내고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투자를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저가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LCD에 그치지 않고 중국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창정 BOE 부총재는 “오는 2024년까지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을 40%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후발 주자인 중국이 저가 공세를 통해 한국의 전통 산업을 잠식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정부처럼 우리도 과감한 정부 지원과 규제 개혁을 통해 기술 격차를 계속 벌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전희윤 기자·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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