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초 그리스 최북단 에브로스 지역에서 수천 명의 난민과 경찰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다. 터키 정부는 아프리카와 중동을 넘어온 이민자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유럽으로 향하도록 국경을 개방했고 이를 계기로 1만여 명이 터키 인접국인 그리스로 넘어가려 한 것이다. 난민들은 물 대포를 쏘는 경찰을 향해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울부짖었지만 그리스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에브로스는 북동쪽으로는 터키, 북서쪽으로는 불가리아와 경계를 이룬다. 면적이 4,242㎢로 이 지역을 흐르고 있는 에브로스강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에브로스강은 불가리아 릴라산맥에서 발원해 에게해로 흘러가는데 불가리아어인 마리차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불가리아 태생의 프랑스 가수인 실비 바르탕의 대표곡 ‘라 마리차’의 배경이기도 하다.
에브로스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국경 지역이란 특수성 때문이었다. 앙숙으로 알려진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서 난민 문제는 대립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시리아 내전으로 2015년 100만 명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터키로 몰려들면서 난민 문제는 절정에 달했다. 터키를 통해 유입된 난민 중 당시 그리스에 정착한 사람만 6만여 명에 달했는데 에브로스는 중심 통로였다. 난민 처리 문제는 극우주의자들이 득세하는 구실이 되기도 했다. 결국 유럽연합(EU)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 정부와 협정을 맺고 60억 유로를 지원했다. 그러나 터키로 몰려든 난민은 매년 급증해 지난해 초 400만 명에 달했다. 그리스 정부의 단속이 심해졌는데도 에브로스강을 건너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난민들이 늘어났고 국경을 넘다가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그리스 정부가 난민을 막기 위해 에브로스를 중심으로 길이 40㎞에 높이 5m의 담장을 만들었다고 외신들이 23일 전했다. 유럽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유입을 막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전했다.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로 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고 부강한 국가를 만들지 못하면 국민들은 난민 신세가 되고 이를 구해줄 다른 나라도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