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르노 신차 배정 분수령, 임단협 25일 열려…“생존 위한 결단 필요”

200시간 넘는 파업과 직장 폐쇄, 5,000대 생산물량 손실

장기화 시 향후 신차 프로젝트 기회 잃을 수도


르노삼성자동차 노사의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을 두고 “생존을 위한 노사 결단이 필요하다”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 갈등 장기화로 인해 르노그룹의 신차 배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회사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에서다. 르노는 지난해 임단협도 매듭짓지 못한 유일한 완성차 업체다.

노사는 지난 19일 12차 협상을 재개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12차 본협상에서는 노사 모두 여름휴가 전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협상을 진행했으나 휴가를 다녀온 지 3주 만에 열린 협상에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진척 없이 종료됐다.



노조는 사측에서 제시한 기본급 동결과 일시금 800만원 지급을 거절하며 월 7만1,687만원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노조는 2년 동안 기본급 동결이 된 상황에서 기본급 인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회사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르노그룹 내 부산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최고 수준인 상황과 르노그룹이 전체적으로 올해 임금동결인 상황을 고려해 기본급 인상보다는 800만원 일시금 지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노사가 각각의 입장을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고 있어 25일로 예정된 13차 본협상에서도 노사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추석 전 합의를 목표로 노사가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극적으로 타결될 여지도 있다. 노사는 수출 차종 부재가 회사 생존에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이란 점을 명백히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XM3 유럽 수출 물량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이는 지난달 28일 12차 임단협 본교섭에서도 읽힌다. 노사는 기본급 동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틈새를 좁히지 못했으나 교섭 막판까지 타결을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핵심 쟁점을 두고 논의를 벌였다. 당시 노사 모두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쓰는 등 이전 협상 때와 분위기가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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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닛산로그 수출 물량 배정은 부산공장 운영 정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2년 11만대, 2013년 생산량이 13만대에 그쳤던 부산공장은 2014년부터 시작된 닛산로그 생산으로 인해 20만대를 웃돌며 안정적인 운영을 해왔다. 지난해 3월 닛산로그 수출이 종료되자 전년 대비 생산 물량이 급격하게 줄었으며 내수 판매 부진과 함께 7년 연속의 흑자 경영을 이어가지 못하고 790억 적자로 전환됐다. 이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소형 SUV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라)가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소형 SUV ‘XM3’(수출명 르노 뉴 아르카나라)가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특히 노사 간 임단협 장기화와 하반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모처럼 들어온 수출 물량 확대란 절호의 기회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만약 파업으로 인한 XM3 수출 물량 감소와 향후 그룹의 신차 배정에 차질이 발생하면 그 책임이 노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협상 과정에서 노조 파업과 직장 폐쇄로 인해 5,000대 생산 물량의 손실이 났다.

거기에 올해 200시간이 넘는 파업 시간에 대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는 것도 노조로서는 현실적으로 가장 큰 협상 해결의 고민거리이다. 그러나 노조원 파업 참여율이 30% 미만인 상황에서 일하지 않은 시간에 대해 급여 보전은 나머지 70% 노조원들의 불만이 될 수 있고 그 비용을 전체 노조원들이 분담한다면 현재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이어지고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르노는 올해 초 서바이벌 플랜을 수립하고 지난 3월부터 시작된 XM3 유럽 수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6월부터 유럽 28개국에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7월까지 2만5,169대 수출 실적과 함께 연말까지 반도체 부품공급 부족과 안정적인 생산 공급 능력이 뒷받침될 경우 올해 6만대 이상 수출도 전망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10만대 수출도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르노는 중국 지리와의 합작법인인 링크&코의 친환경 플랫폼을 활용한 장기 신차 프로젝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르노삼성의 임단협 상황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조속히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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