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자의 눈] 가계부채 17번의 실패, 반전을 기대한다





“밤잠이 오지 않습니다.” 2011년 6월 이명박 정부의 첫 가계 부채 대책을 준비하던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이미 2006년경부터 가계 부채는 ‘시한폭탄’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었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나치게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으리라.



대책은 예고와 달랐다. 2011년 정은보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현 금융감독원장) 손에 들린 대책은 ‘맹탕’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때 제대로 둑을 세웠더라면 2013년 전후에 있었던 ‘하우스 푸어’ 문제를 겪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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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가계 부채 대책은 소리만 요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2014년 사무처장으로 진두지휘했던 박근혜 정부 첫 대책도 그랬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부동산 부양책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2016년 가계 부채 대책은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이었던 정 원장이 주도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직전까지 부동산 부양책을 이끌던 기재부 차관보가 바로 정 원장이었다는 사실이다. 2016년 가계 부채는 전년 대비 11.6% 폭증했다.

문재인 정부 일곱 차례의 대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앙등은 대출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결과는 다시 두 자릿수 가계 부채 증가율이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도 200%를 돌파했다.

10년간 17번의 실패, 불가피한 결과였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보자. 2010년과 비교해 2018년 가계의 빚 부담을 줄이는 데 성공한 곳은 무려 16개 국가다. 33개 회원국 중 절반이다. 우리는 같은 기간 가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국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보면 새 금융 당국은 다시 없을 ‘스페셜 팀’이기도 하다. 당국의 양 수장을 비롯해 사무처장, 금정국장으로 이어지는 정책 라인이 모두 지난 대책의 산증인이다. 최근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가계 부채는 1,800조 원을 넘어섰다. 금리 인상도 코앞이다. 새 금융 당국이 과거의 실패를 이번엔 성공으로 반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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