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 도왔던 아프간인 391명, 내일 입국…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등의 대피 작전을 돕기 위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국 해병대원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 아프간 어린이에게 생수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병대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인 등의 대피 작전을 돕기 위해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배치된 미국 해병대원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 아프간 어린이에게 생수를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병대




수년간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을 도왔거나 대사관·한국 병원 등에서 근무한 아프간 현지인과 그 가족 391명이 내일 중으로 국내로 입국한다. 이들은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해 일반적인 난민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 정부는 이들이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 처했다는 판단에 따라 전날 군 수송기 3대를 파견해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한국 조력 아프간인 391명…내일 인천공항 도착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국내 이송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아프간인 입국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의 국내이송을 추진해왔다”며 “이들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 진입 중에 있으며 우리 군수송기를 이용, 내일 중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이들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코이카,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면서 주아프가니스탄 우리 대사관에 신변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와 함께 일한 동료들이 처한 심각한 상황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이송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8월 이들의 국내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선진국들은 자국에 도움을 줬던 아프간 조력자들을 더 큰 규모로 구출하고 있는 추세다. 8월 초 미국과 영국은 각각 1,500명과 1,700명의 아프간 조력자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독일의 경우 3,500명 수용을 목표로 작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밝힌 국내 이송 아프간인 391명 구성은 △대사관 근무자 21가구(81명) △한국 병원 의료인 35가구(199명) △한국 직업훈련원 교사 등 14가구(74명)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소속 5가구(33명) △코이카 현지 직원 1가구(5명)다. 본래 국내 이송 대상 규모는 427명이었으나 이중 36명은 개인 사정으로 고향에 잔류하거나 제3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외교부가 명단을 기반으로 이송 대상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올해 8월에 태어난 신생아가 3명,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이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달도 안 된 신생아가 3명이다. 어제 공항 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다행히 신생아 건강에 이상이 없고 지금은 이송 대기 중”이라고 부연했다. 외교부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충분한 분량의 분유와 젖병을 마련하고 이들을 이송하는 군 수송기가 철판 바닥인 만큼 매트리스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외로 탈출하려는 피란민 가운데 한 소년이 대피 작전에 나선 미군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병대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국외로 탈출하려는 피란민 가운데 한 소년이 대피 작전에 나선 미군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병대



최 차관은 “참고로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국내 이송 대상자는 난민 자격이 아니다"라며 "단기 비자를 발급받고 들어와 장기체류 비자로 변경해주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 정부에 조력해온 의료인·기술자·통역자 등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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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여명의 아프간인들은 내일 공항 도착 즉시 방역 절차를 거치고 보안과 방역이 적합한 정부 보유의 임시숙소로 이동한다. 이후 충북 진천 내 임시 숙소에서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다. 앞으로 이들의 장기체류 비자 전환 등 국내 정착 관련 사항은 법무부가 진행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5일 카불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민간 전세기 취항이 불가해지자 군수송기 3대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카타르로 철수했던 주아프가니스탄 대사관 직원 등 우리나라 선발대가 지난 22일 미국 등 우방국과 협의하면서 카불 공항에 다시 진입했다. 다음날 군수송기는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고, 지난 24일부터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오가면서 아프간인들을 이송했다.

최소 7년 동고동락…수차례 신원 조회 마쳐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이 한국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카불을 떠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상제공=외교부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이 한국 공군 수송기에 탑승해 카불을 떠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상제공=외교부


국내 이송 대상자들의 신원 조회 횟수는 한 명당 최소 4번이다.

우선 이들 모두 한국 정부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과 지난 7~15년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부터 전문가가 현지에서 백그라운드 체크를 직접 하는 등 철저한 신원 조회가 이뤄졌다. 또 이들을 태운 버스가 공항으로 진입하는 중간 지점에서 미 측 등이 여러 차례 신원을 조회한다. 이후 우리 측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진입 직후 다시 한 번 신원을 확인한다. 이때 외교부가 사전에 전송한 여행증명서 서류의 진본을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나아가 이들이 한국에 도착한 직후에도 다시 신원 조회가 이뤄진다.

이날 주아프가니스탄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한 한 현지 직원 A씨는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우리 군 수송기에 올랐다. 그는 경유국인 파키스탄에 도착한 뒤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국행을 택했다”며 “공항까지 오는 과정에 탈레반을 만날까 우려했는데 우회로를 통해 접근한 덕에 무사히 공항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듭 한국 정부에 감사 인사를 표했다.

카불 공항까지 ‘스스로’ 도착해야…외교부, 현지 협력 확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해병대원들이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피란민들을 돕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철군 시한인 이달 31일을 앞두고 아프간 대피 작전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병대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해병대원들이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 피란민들을 돕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은 철군 시한인 이달 31일을 앞두고 아프간 대피 작전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병대


입국을 앞둔 아프간 현지인들의 최대 난관은 카불 공항까지의 진입이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군수송기 투입 전 기자들에게 “427명이 스스로 힘으로 공항까지 와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도 대규모로 아프간인을 국외로 이송 중인데 그들이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책임을 못 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최근 독일도 카불로 항공기를 보냈으나 몇 십 명밖에 탑승을 못 했다고 한다. 대부분 공항까지 오는 데 실패했다”며 “우리 정부는 10명이든 50명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그래서 버스 모델을 도입했다”면서 “미국이 아프간 버스 회사들과 협상해서 한국 등 우방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비용은 우리가 지불했다. 대상자들은 예정된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와 버스에 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외교부는 해외 한국 대사관 외교망을 모두 가동해 다자 협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미국 등 주요 우방국과 아프간 문제의 영역에 있는 주변국들과 수시로 협조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카타르, 터키, 파키스탄 외교 장관 등과 연락하면서 협조를 확보하고,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미국이 주재하는 외교차관 화상회의에 4차례 참석하면서 이송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김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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