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 도덕적 점수는[책꽂이]

■미국외교는 도덕적인가

조셉 나이 지음, 명인문화사 펴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 이후 20년만의 철군을 결정하자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 탈레반이 삽시간에 아프간을 장악했다. 미국을 믿었던 아프간 주민들은 탈레반이 자행하는 보복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정의로운 목표와 동기에서 시작한 전쟁의 끝은 도덕적으로 무책임했다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프간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외교적 정책 결정은 여러 기준에서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국제정치학계의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특임 명예교수는 신간 ‘미국외교는 도덕적인가’에서 1945년 이후 미국 외교정책에 드러나는 대통령의 리더십과 도덕, 윤리의 역할을 분석한다. 저자가 외교정책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세 가지, 의도·수단·결과다. 그는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한 의도와 그에 따른 결과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활용하는 수단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도 차원에서는 매력적 가치와 선한 동기라는 도덕적 비전, 가치와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신중함이 중요하다. 수단 면에선 필요성, 민간인 차별, 손익 비중을 고려한 군사력을 썼는지 여부와 자유주의적 차원에서 국내외 제도와 타인의 권리를 존중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장기적 이익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는지, 타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했는지, 교육적으로 진실성 있고 폭넓은 도덕적 담론을 만들려 했는지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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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교수는 이러한 체크 리스트를 토대로 프랭클린 루스벨트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역대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평가한다. 케네디·존슨·닉슨 등 베트남전 시대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한 나이 교수의 평가는 박하다. 베트남을 잃었다는 국내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을 담근 전쟁으로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고 조심스레 말하면서도 D+ 학점을 매겼던 전직 공화당 행정부 관리의 평가를 인용하며 부정적 반응을 내놓는다. 나이 교수는 트럼프가 개인적 인정과 성공 욕구로 미국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폈으며, 제도와 사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미국의 소프트파워에 타격을 입혔다고 비판한다.

나이 교수는 미국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으며, 고립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외교정책과 그 선택의 과정을 돌아봄으로써 앞으로의 정책 결정과 한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2만 원.

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특임 명예교수. /사진 제공=명인문화사조셉 나이 미 하버드대 특임 명예교수. /사진 제공=명인문화사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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