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흥국’ 한국 증시의 한계

증권부 이완기 기자





“실적 좋으면 뭐하나, 어차피 한국 주식은 외국인과 세력의 놀이터일 뿐.” “괜히 박스피(박스권+코스피)가 아니다. 한국 주식 대신 미국 주식 해라.”

몇 달 새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대하는 감정이 꽤 많이 바뀐 모습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코스피의 상승 랠리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고 축제의 장에서는 환희가 넘쳐났다. 그러던 코스피는 현재 멈춰 섰고 시장의 온도는 내려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록적인 매도를 퍼부은 외국인을 향한 불만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은 약 30조 원을 코스피에서 팔아치우면서다.



백신 접종, 반도체 업황 우려 등 주식을 파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인이 뭐가 됐든 지금 살펴봐야 할 것은 우리 증시가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허약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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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 한계가 큰 것도 사실이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근간인 만큼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나.

대표적으로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내는 ‘이중적 위치’는 재검토해볼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분석 기업 스타티스타의 자료를 보면 올 1월 기준 한국 증시는 전 세계 10위(시가총액 기준) 수준이다. 하지만 지수 사업자 모건스탠리는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한다. 우리보다 덩치가 작은 이스라엘·이탈리아·스페인·포루투갈 등도 선진국에 속하는데 말이다. 특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14조 5,000억 달러에 달해 외국인들이 이번처럼 신흥국에서 일제히 자금을 뺄 경우 한국은 휘청이게 된다. 한 연구 결과는 선진지수 편입 효과를 약 60조 원으로 추정한다. 패시브 펀드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단순히 뒷짐만 지고 볼 문제가 아니다.

물론 선진지수 편입 하나만으로 우리 증시가 강철 체력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은 아니다. 주주 환원, 지배 구조, 지정학적 요소 등 고쳐나가야 할 사안은 많다. 다만 지수 편입과 같은 비교적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부터 다시 살펴보기를 기대한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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