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리뷰] '최선의 삶' 돌아보면 후회되는 10대 시절의 선택, 그땐 그게 맞았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모든 것이 불안하고 예민했던 10대 시절에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는 한다. 돌아보면 터무니없고 후회스럽지만, 그때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다. 영화 ‘최선의 삶’은 그런 민낯 같은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그들의 선택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면서도 위로받는다. “너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라며.



작품은 불안하고 예민한 10대 시절을 보내고 있는 소녀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출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위장전입으로 전민동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강이는 사실 읍내동 언덕 위에 있는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람은 가정폭력에 시달린 지 오래, 자신과 같이 버려진 것들에 연민을 갖는다. 소영은 집도 부유하고 공부도 잘하는 데다가, 예쁘기까지 한 완벽한 아이다. 세 친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위계가 있다. 소영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강이는 무조건적으로 따른다. 아람은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하지만 소영의 의견에 따르는 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 집 나갈 거다. 같이 나갈 사람”이라는 소영의 문자 한 통으로 이들의 가출은 시작된다. 뚜렷한 목적 없이 서울로 온 이들은 모텔을 전전하다가 돈이 떨어져 남몰래 아파트 계단에서 생활한다. 세 친구 중 유일하게 꿈이 있는 소영은 모델 오디션을 위해 누추한 생활도 참지만, 탈락한 뒤에는 길거리 생활에 진저리를 친다. 이후 통장에 있던 돈으로 반지하 단칸방을 마련한다. 아람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술집에 나간 어느 여름밤, 더위에 잠 못 이루던 강이와 소영은 서로를 보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날 이후로 소영은 한껏 날카로워졌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들의 가출 생활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소영은 다른 친구들을 선동해 강이를 괴롭힌다. 세 사람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사이가 되고, 강이는 아픔에 허덕인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10대의 가출’이라는 소재는 일부 영화에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으로 활용되지만, ‘최선의 삶’은 세 소녀가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것들을 노골적으로 비추지 않는다. 건조하게 풀어내 거리에 놓인 소녀들의 실제 이야기라고 체감하게 한다.

관련기사



덕분에 서늘하고 차가운 느낌이 이어진다. 캐릭터의 배경 설명이나 정확한 타임라인 지표 없이 그냥 흘러가는 낯선 연출이다. 소설의 분량을 109분에 응축시키면서 인물과 상황에 대한 설명이 대폭 생략됐다. 각자 무엇 때문에 가출이라는 선택을 했는지도 단번에 알 수 없다. 시점의 주인공인 강이는 대사도 거의 없어 속내를 쉽게 알 수 없지만, 내레이션으로 나마 감정을 전달한다. 아람이 가정폭력으로 얼룩져 결핍 있는 아이라는 것, 소영이 모델의 꿈을 위해 부모님과 실랑이를 하고 있는 것 등은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유추해 볼 뿐이다.

이처럼 포기할 부분을 과감히 버린 대신, 인물들 간의 미묘한 심리 관계를 치밀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오늘날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는 이상하리만큼 복잡한 관계, 가장 가깝지만 가장 어려운 관계라는 것을 그려냈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10대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누군가 주도권을 잡고, 누군가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녹아있다.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면 어느새 먹먹한 여운만 남는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작품은 공감을 통해 위로를 전한다. 강이를 보고 저마다 갖고 있는 상처를 떠올리게 하고, 그때의 선택이 잘못이 아닌 최선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원작 소설 ‘최선의 삶’의 임솔아 작가와 이우정 감독, 배우들까지 모두 강이의 아픔과 맞닿아 있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며 작업에 임했다. 임 작가는 자신의 경험담처럼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내 악몽을 풀어줄 때가 됐다”며 아픔을 털어냈고, 이 감독과 방민아 역시 최선을 다하는 강이를 통해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작품 안에서 ‘왜 그럴까?’에 대한 답은 없다. 우리들의 10대가 그랬듯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답답했던 그때 그 선택이 그에게 최선이었다는 것만 알 수 있다. 물론 최선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없으니 그 누구를 탓할 수 없다는 것도…. 9월 1일 개봉

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영화 '최선의 삶' 스틸 /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추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