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정기예금에 8조원 뭉칫돈…‘머니 무브’ 오나

예적금 금리 잇단 인상에

5대 시중은행 8월말 잔액

632조로 8개월만에 최고

'가계부채와 전쟁' 선포 속

가계대출은 3.5조 증가 그쳐

/연합뉴스/연합뉴스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 최근 바뀐 양대 금융수장이 사실상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일단 시중은행 가계대출 총량 증가세는 진정됐다. 반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에는 8조 원 가까운 뭉칫돈이 유입되는 등 ‘머니 무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 8,942억 원으로 전월보다 12억 원 불어나는 데 그쳤다. 7월에는 전달 대비 1조 8,636억 원 급증했지만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은 5,000만 원까지’라는 대출 규제가 시행될 조짐이 보이면서 특히 고소득·전문직을 중심으로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급증했다”면서도 “실제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빼서 써야 신용대출 잔액이 늘어나는데, 대출 규제 불안감에 일단 개설만 해놓고 실제 돈을 쓴 사람은 드물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언제든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급증해 향후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불안해지거나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을 경우 신용대출 잔액은 다시 급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도 주춤했다. 8월 말 현재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8조 8,149억 원으로 전월보다 3조 5,068억 원 불어났다. 7월에는 전달보다 6조 2,009억 원 급증했지만 8월 들어 증가세가 꺾였다.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493조 4,148억 원으로 전월보다 3조 8,311억 원 늘어났다. 전월 증가폭(3조 8,237억 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세 대출은 119조 9,670억 원을 기록하며 1조 6,606억 원 늘며 전달 증가폭(1조 9,727억원)에 비해 소폭 둔화했다.

관련기사



수장이 바뀐 금융 당국은 지난달부터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은 신용대출의 경우 대부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마이너스통장도 일률적으로 5,000만 원까지만 집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일부 가계 담보 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이달 말까지 제한하고 있다.

정기예금에는 모처럼 돈이 몰렸다. 정기예금은 1년 약정 금리가 0%대에 불과해 물가 상승분, 이자소득세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여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8월 말 632조 696억 원으로 전달보다 7조 9,422억 원 불어났다. 7월에는 1조 3,059억 원 감소했지만 이번에 큰 폭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8월 말 잔액은 지난해 12월(632조 4,076억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는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예금금리 인상 움직임에 따른 것이다. 실제 신한은행을 제외한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27일 514조 7,304억 원으로 기준금리 인상(26일) 직전인 25일(513조 504억 원)에 비해 이틀 만에 1조 6,800억 원이 불어났다. 한은의 금리 인상 이후 신한은행이 지난달 30일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3%포인트, 0.35%포인트 올렸다. 케이뱅크는 이보다 앞선 28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인상했다. 국민·하나은행과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도 조만간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다만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해 목돈을 마련하는 적금의 인기는 여전히 시들했다. 8월 말 35조 2,831억 원으로 전월보다 794억 원 줄어들었다.


이태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