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의 공모 일정이 윤곽을 드러냈다. 공모가까지 낮추는 초강수에 청약 흥행이 기대되는 상황인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처음으로 100% 균등 배정으로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최소 단위만 청약해도 고액 투자자와 똑같은 수의 공모주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회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국민 공모주’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IPO를 통해 일반 청약자들에 425만~510만 주를 공모할 계획이다. 공모가는 6만~9만 원으로 다음 달 1일 공모가를 최종 확정하고 10월 5~6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일반 청약을 100% 균등 배정하기로 한 것이 주목되는 데 최소 단위인 20주(공모가 상단 기준 증거금 90만 원)를 청약하는 투자자나 최고 청약 한도인 23만~27만 주(증거금 103억~121억 원)를 청약하는 고객이 모두 똑같은 수의 공모주를 배정받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개인 투자자 1인당 90만 원 이상을 청약할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다.
고액 투자자의 뭉칫돈을 포기하면서 카카오페이의 청약 증거금 기록은 다른 IPO 대어(大魚)보다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청약 건수 약 186만 건과 비슷한 수준의 청약이 들어오고 투자자들이 모두 90만 원의 자금을 댄다고 가정할 때 최종 청약 증거금은 약 1조 7,000억 원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뱅크 증거금 58조 원의 3% 수준이다. 지금은 금지된 중복청약 제도 수혜를 받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청약 건수 약 474만 건을 적용해도 증거금 규모는 4조 3,000억 원 규모에 그친다.
투자은행(IB)업계는 카카오페이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는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동시에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거금 규모가 클 수록 세간의 관심은 높아지지만 회사에 유입되는 공모 자금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카카오페이는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가입자 수와 거래액 규모가 실적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한 IPO 관계자는 “직접 카카오페이에 청약해 수익을 보거나 소액이나마 주식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회사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진다” 면서 “카카오페이가 ‘국민 공모주’ 컨셉으로 최대한 많은 개인이 청약에 참여해 주주가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회사측은 소액투자자로부터 최대 4,590억 원의 청약 자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인데 최근 실적 개선세도 공모 구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올 해 상반기 2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설립 이후 처음 연간 흑자가 기대된다.
과거 카카오뱅크의 청약 건수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에 돌아오는 공모주 몫은 2~3주 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 청약자들이 받은 균등배정 주식 수 4~5주 보다 적다. 하지만 공모가가 두 배 이상인 만큼 상장 이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이후 상한가)’을 기록하면 수익은 더 클 수 있다. 투자자 1인당 따상시 43만 원 가량의 수익이 기대되는데 카카오뱅크의 4주 기준 따상 기대 수익은 약 25만 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