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의선의 ‘담대한 혁신’...제네시스 4년뒤 전기차·수소차만 출시한다[뒷북비즈]

2030년까지 '탈엔진 제네시스' 40만대 판매 목표

20년 내 美·中·유럽 라인업, 전기차로 100% 전환

고효율·고성능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 개발 총력도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오는 2035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차와 순수전기차로만 출시한다. 또 2030년까지 8종의 수소차·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수순을 밟는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탄소 중립 가속화에 선제 대응하고 럭셔리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 지속 가능하면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는 2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 같은 전동화 브랜드 비전을 담은 ‘퓨처링 제네시스(Futuring Genesis)’ 영상을 공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영상에서 “제네시스는 완성된 라인업과 뛰어난 상품성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제네시스의 담대한 여정의 시작점이자 혁신적인 비전을 통해 이끌어갈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관련 행사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15년 11월 부회장 직함으로 제네시스 론칭 행사에 나타난 지 약 5년 10개월 만이다.

퓨처링 제네시스의 핵심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주도할 배터리 기반의 순수 전기차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수소차 모델까지 출시하는 ‘듀얼 전동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이를 위해 고출력·고성능의 신규 연료전지 시스템과 차세대 리튬이온배터리 등을 개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가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중단하고 2030년까지 수소차·전기차 8종 라인업을 완성하면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는 자연스럽게 단종 수순에 들어간다. 제네시스는 이날 2030년 글로벌 40만 대 판매 목표도 제시했는데 이는 수소차와 전기차로만 연간 4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특히 제네시스 수소차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상용차나 유틸리티차량으로만 출시됐던 수소차가 고급·고성능차로 영역을 넓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전기차 라인업 완성과 함께 원자재·부품·생산공정을 포함한 모든 가치사슬 혁신을 통해 2035년에는 그룹사 중 처음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제네시스가 탈엔진 시계를 앞당긴 것은 각국이 탄소 중립 움직임을 서두르면서다. 빠른 자만이 살아남는 ‘속자생존(速者生存)’ 시대에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이미지를 공개한 첫 전용 전기차 모델 GV60도 선보였다. GV60은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모델로,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B필러(앞뒤 문 사이의 기둥)가 사라지고 앞뒤 차문이 서로 마주 보고 반대 방향으로 활짝 열리는 스테이지 도어, 좌석이 회전하는 스위블 시트, 전통 온돌에서 영감을 받은 온열 시스템 등 다양한 미래 콘셉트도 공개했다. 디자인 영역의 확장을 표현한 브랜드 필름 ‘디자인드 포 유어 마인드’도 소개했다. 영상 마지막에는 제네시스의 항공 모빌리티가 등장했다.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 내에서 한발 앞서 전동화 전략을 채택한 데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이 모두 감소한 반면 제네시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65.8% 증가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20만 대 이상 판매가 유력하며 2030년에는 40만 대 이상 판매가 목표다. 올 7월 국내에 출시한 G80 전동화 모델도 누적 계약 2,000대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관련기사



탈내연기관은 완성차 업계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유럽 등에서 탄소 배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되고 전 세계 주요 정부·지자체들이 내연기관차의 통행을 불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했고 미국은 2030년 미국 내 신차 판매의 50%를 탄소 배출 제로 차량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시장인 중국도 2035년부터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나머지 50%를 하이브리드차로 채우기로 방침을 정했다.

주요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친환경차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시장이 꽃피는 점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30만 대 수준이었던 미국 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 32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현대차는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 1,400억 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를 필두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전동화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현대차는 2040년까지 유럽·미국·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전기차로 채워 시장점유율 8~1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아는 ‘플랜S’를 통해 2025년 전기차 11종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점유율 6.6% 및 친환경차 판매 비중 25%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6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탄소 중립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수요를 고려해 내연기관 역량을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이었지만 예상보다 친환경차 시장이 빠르게 열리면서 전환 시점을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3대 자동차 업체들은 조 바이든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도요타와 폭스바겐 등 다른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5~10년 이내 완전한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친환경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기차를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로 보고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30년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미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 곳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구체적인 인프라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견제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도 정부 지원에 기반해 전기차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GM은 지난 1월 메리 배라 회장이 직접 ‘CES 2021’에 참석해 2025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5년간 350억 달러(약 40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GM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양산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미국 내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대규모 합작 공장을 건설한다. 스텔란티스의 경우 한발 더 나아가 2025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GM·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완성차 업계 대표 주자인 포드도 주력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스텔란티스와 포드는 각각 국내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SK이노베이션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1위 기업인 도요타도 선두 수성을 위해 전기차 전략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대표로 한 하이브리드차량을 중심으로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해왔고 전기차 모델은 출시하지 않았다. 굳이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아도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도요타의 경우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지 않았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강점을 가진 만큼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이미 내재화하고 있어 고성능 전기차 생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도요타는 2023년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상용차에 들어갈 수소연료전지 생산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힐 정도로 수소차 기술력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도요타에 이어 2위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의 친환경차 전략 핵심은 배터리 내재화다.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5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투자 규모도 730억 유로(100조 원)에 달해 주요 완성차 업체들 중 가장 많다. 폭스바겐은 내년 독일에 첫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2030년까지 유럽에 4곳, 미국과 중국에도 공장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동차 강자인 폭스바겐이 화학 분야인 배터리 생산에는 익숙하지 않아 협력 파트너를 새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과 함께 독일 완성차 산업을 대표하는 벤츠와 BMW도 전기차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먼저 벤츠의 경우 2025년 내연기관 연구 종료 후 2030년 전기차 100% 전환을 준비 중이다. 2025~2030년 모든 차종에 전동화 버전을 추가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2030년 부터는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벤츠는 고급차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진 만큼 전동화 차량도 고가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MW 역시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1’에서 향후 10년 동안 1,000만 대의 전기차를 공급하는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BMW는 이번 전시회에 곧 출시될 예정인 2개의 전기차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희·김능현·이경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