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한 차례 실패를 딛고 암석에 구멍을 뚫어 코어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료는 밀봉돼 로버의 배 부위에 보관됐으며, 앞으로 만들어질 40여 개의 다른 토양 및 암석 시료와 함께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될 예정이다.
퍼서비어런스 수석 엔지니어 애덤 스텔츠너는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주 완벽한 코어 시료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퍼서비어런스는 지난 1일 암석에 구멍을 뚫고 손가락 크기의 암석 시료를 채취했으며, 티타늄 관(튜브)에 암석 시료가 담겨있는 증거 사진을 전송해 왔다.
퍼서비어런스호는 지난달 6일 첫 암석 시료 채취에 나서 암석에 구멍을 뚫었지만, 암석이 단단하지 않고 쉽게 부서지는 바람에 티타늄관에 담는 데 실패했다. 로버는 이후 약 800m가량 이동한 곳에서 새로운 암석을 대상으로 시료 채취 작업을 해왔다.
NASA는 2030년대 초에 유럽우주국(ESA)과 공동 제작한 우주선을 보내 이 시료들을 회수한 뒤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 시료들을 로버가 현장에 갖고 갈 수 없었던 첨단 초정밀 장비들로 분석하면 화성의 고대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실하게 가려내고 지질사, 기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들은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데 활용된다. 퍼서비어런스가 시료를 채취한 곳은 착륙지인 예제로 크레이터 바닥에서 돌출된 능선으로 ‘시타델(Citadelle)’로 불린다. 첫 시료 채취가 이뤄진 곳보다 암석이 더 단단해 시료 채취 과정에서 부서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던 곳이다.
퍼서비어런스는 앞으로 강물이 흘러들던 고대 삼각주로 추정되는 예제로 크레이터의 서쪽 부분을 중심으로 탐사를 진행하며 시료를 채취한다. 당초 화성의 옅은 대기에서 헬기 운용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가져간 ‘인저뉴어티(Ingenuity)’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보이면서 퍼서비어런스의 탐사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퍼서비어런스 운용에 참여하고 있는 캘리포니아공대 지구화학 교수 케네스 팔리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회견에서 화성 궤도선 이미지를 통해 흥미로운 곳이 있어 로버를 보내 확인할 계획이었지만 인저뉴어티가 근접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퍼서비어런스가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데 드는 많은 시간을 절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