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주식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말입니다. 쌀 때 사서 주가가 오를 때 팔아야 한다는 의미죠.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선뜻 실행에 나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베팅하는 건 큰 확신이 없으면 당연히 머뭇거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오래된 증시 격언을 꺼내는 건 최근 중화권 시장을 보면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표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쏟아냈습니다.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에서 시작된 중국 ‘규제 폭격’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칼날을 전방위으로 들이댔습니다. 정부가 찍은 기업의 주가는 여지없이 급락했습니다. 정부의 의도가 어찌 됐든 시장의 불안은 극도로 커졌습니다. 다음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겠죠. 이제라도 중국 주식에서 손 털고 나와야 한다, 비관론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국 빅테크의 주가가 다시 치고 오르는 모습입니다. 어떤 호재가 있었길래 주가를 끌고 오는 것일까요.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는 중국 투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빅테크 기업과 관련된 주가 움직임을 알아봤습니다.
■中 빅테크, 저점 대비 최대 약 40% 껑충
최근 주요 외신 및 투자 전문지들은 중화권 증시를 둘러싼 여러 움직임을 연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정부의 ‘폭주’가 계속됨에도 주가는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항셍테크지수는 지난 8월 20일 5,890선까지 빠졌지만 최근 6,800선까지 올라왔습니다. 지수가 저점 대비 약 15% 튀어 오른 셈이죠. 이 기간 중 ‘틱톡 경쟁자’인 콰이쇼우가 약 37% 뛰었고 빌리빌리도 34%나 올랐습니다. 상거래업체 JD닷컴(징동닷컴)는 약 29% 상승했으며 중국 플랫폼 대표주 텐센트도 16% 오르면서 뚜렷한 반등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반등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우선 저가 매수 유입입니다.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항셍테크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는 약 15배 수준으로 집계됩니다. 과거 20~30배 수준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빠진 긴 한 듯 합니다. 중국 성장주 중심인 ‘통중국4차산업펀드’를 운용하는 KB자산운용의 김강일 펀드매니저도 “물론 과거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지만 알리바바가 PER 20배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어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나스닥은 약 30배 선에서 거래됩니다. 이 같이 가격 매력이 부각되자 외국인 및 본토에서 자금이 넘어온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달 텐센트에만 본토 자금 50억 홍콩달러(약 7,400억 원)가 흘러들어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등의 배경 두 번째는 정부 규제가 이제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입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친구가 10등으로 떨어지면 실망이 크지만 중위권에 있던 친구가 10등 정도의 성적만 받아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즉 과격한 규제는 이미 많이 나왔고 주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됐기 때문에 새로운 폭탄이 떨어지지만 않아도 심리적인 호재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도 긍정적으로 풀이됩니다다. 사실 시장에선 중국이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정상화 단계를 밟을 것으로 봤었습니다. 물론 상반기 중국은 상대적으로 정책 지원을 줄였음에도 12.7%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는 다릅니다. 변이가 확산하고 일부 지역에 셧다운 조치가 있자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습니다. 이에 정부의 부양 기조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는 주식 시장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2~3년 보고 들어가라” VS “바닥 밑에 지하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주요국에서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 않은 듯합니다. 특히 중국 투자에 발을 들였지만 ‘공산당 리스크’의 충격을 입은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에도 사실 전문가들은 지금 매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장기란 적어도 2~3년 정도를 의미합니다. 그렇게 투자할 의향이 있으면 지금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중국 테크 기업이 가진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현 국면만 넘어가면 된다고 진단합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는 최근 JP모건 에셋의 하워드 왕 전략가가 나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고 현재 정국 정부와 관련된 관련된 잡음은 그냥 무시하라고 언급했습니다. ‘돈나무 선생님’ 캐시 우드도 비슷한 입장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매우 기업가 친화적인 사회라고 보기 때문에 장기 성장 가능성까지 비관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블룸버그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하지만 반론도 상당합니다. 아직 진입 시점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는 설명입니다. 규제의 끝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가’라고 봤던 주가가 ‘초저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겠죠.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발간한 하반기 전략 자료를 보면 이런 입장에 서있는 듯합니다. 다수 증권사들은 플랫폼 기업의 경우 반등 시 비중을 줄여나가라고 조언합니다. 대신 과창판, 창업판 등 본토 성장 시장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정부 정책의 수혜주들이 본토 신규 시장에 집중돼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다만 과창판과 창업판 상장 주식은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개별 종목은 살 수 없습니다. 대신 ETF로 접근이 가능합니다. 홍콩에 상장된 CSOP STAR50 ETF는 과창판 50지수를 추종하는 ETF입니다. 국내 상장된 KODEX 차이나심천ChiNext와 ARIRANG 심천차이넥스트(합성)는 창업판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