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한 택배대리점 점주가 민주노총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의 파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양대 노총의 표심을 고려해 노동 개혁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택배노조 갑질 사건’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거나 빈소를 방문하지 않았다. 대선 후보 중에서는 박용진 의원이 유일하게 “민주노총이 또 다른 약자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 됐나 싶어 가슴이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이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연이어 빈소를 찾거나 민주노총을 비판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기득권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절감한다”고 비판했고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정상화를 위해 떼만 쓰는 강성 노조는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하태경 의원 등도 빈소를 직접 방문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노동계에 대한 비판은 아끼고 표를 호소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4일 한국노총 대전지역본부를 방문해 “민주당의 등대이자 소금같은 존재가 한노총”이라며 “한노총과 우정의 연대를 형성한 것이 제 정치 인생의 큰 전환이고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13일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서 “노동자가 되는 게 부끄럽거나 불안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후보로 선택되면 140만 조합원의 모든 정치적 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최선의 선거운동으로 확실하게 돕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도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거나 캠프에 합류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영훈·신승철 전 위원장은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을 조직해 이 지사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조준호 전 위원장은 이낙연 캠프에 직접 참여했고 이수호 전 위원장은 박용진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과 노동계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여당 내에서는 ‘노동 개혁’ 주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민주노동당 출신의 박 의원이 지난달 23일 “연공급에서 탈피, 노동이 창출하는 가치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직무급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외 후보들은 노동 개혁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