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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D.P.'(디피) 구교환 "그냥 한호열이 행복했으면 좋겟어요"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큼지막하게 엉덩이에 이름 쓴 팬티 고무줄을 툭툭 당기며 등장할 때 이런 인물일줄 알아봤다. 훔쳐가서 뒤집어 입어도 딱 걸리게 만든 디테일함. 흡연장이 된 샤워장에 페브리즈를 챙겨가서 자연스럽게 PX 삥을 뜯는 노련함. 자대복귀 하라는 지시에 같이 가자는 무자비함. 그리고 선임에게 딴지걸며 맞기 직전까지 약올리다 결국 던져버리고 마는 그 “한마디.”



그렇다. 그것은 결코 연기하려 연기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나온 것이었다. 한호열 상병 그 자체의 모습으로 캐릭터에 접근했다. 구교환은 ‘나도 저런 좋은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그의 얼굴을 심었다.

“시나리오 안에서 한호열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완급조절을 잘 했다는 이야기는 호열이 그 자체로 접근해서 말씀해주시는 것 같고, 저로서는 캐릭터의 감정에 있어 가볍다 무겁다 정의를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외향적인 모습들, 유머나 제스처를 왜 만들어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어요. 드라마 안에는 생략됐지만, 전사를 안 보여주는 것이 설득하는데 유리하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죠. 안준호(정해인) 앞에서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판단합니다.”

‘세상에 진짜 저런 선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은 자칫 한호열의 존재를 이질적으로 비치게 한다. 그는 그 지점이 한호열의 모습이라고 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고 극에서도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한호열은 안준호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 아닌가 하는 식의 접근을 해보기도 했다. 준호를 보면 호열 같고, 호열을 보면 준호 같고. 구교환은 “두 인물을 연기한다는 기분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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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 안준호가 상병쯤 되면 그 능글능글함은 없더라도 한호열의 분위기는 닮아가겠지. 그는 한호열을 ‘짜장라면에 국물라면까지 끓여주고, 군만두 앞에 놓고 ‘D.P.’디피를 같이 보고 싶은 친구’라고 정의하며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풍족한 집안에서 자란 외동아들, 말 많고 가벼워 보이지만 가만히 있는 것 보면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여러 평행세계를 만들어서 한호열을 그 위치에 뒀는데, 지금 보는 한호열은 처음부터 거기 있던 사람처럼 설정했던 것 같아요. 저 삶이 어떻게 디피가 됐는지 보다 ‘그냥 필요해서 나타난 사람’으로 생각했거든요. 다른 전사도 있고, 정서적인 부분에 신경썼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에 한호열이 꼭 나타나야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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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기를 시작할 때 항상 ‘만약에 나라면’이라고 생각하고 인물을 대한다. 한호열은 자신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부분을 넣었다. 가르마, 신발사이즈, 목소리 유머 정도는 자신과 닮았지만, 그가 더 용기있고 멋진 사람이라고 느낀다.

그래서일까 평범하게 생각할 수 있는 현장 애드리브조차 진지하게 생각했다. 감독과 분장차 앞에서 만나 야이기를 나누고, 그날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다. 피드백이 나오고, 감독의 선택에 따라 카메라에 옮긴다. 시청자가 느낀 애드리브는 ‘그날의 선택과 디테일’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 섬세함은 곧 사람들이 그를 ‘자꾸 신경쓰이는 배우’라고 부르게 만들었다. 그는 “신경 안 쓰이는 것보다는 신경 쓰이는게 좋습니다”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넘겨받았다.

“저는 언제나 세상에 있었습니다. 신기하고 감사하죠. 앞으로 더 많은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인물을 만들 때 가장 큰 목적은 관객과, 시청자와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분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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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정해인과의 호흡은 완벽했다. 완전히 굳어버린 채 세상을 멸시하는 듯한 눈빛을 쏘아대던 안준호에게 유들유들한 한호열의 모습은 마치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는 듯 했다. 에이스도 FM 병사의 길도 접어버린 상황에서 안준호가 버틸 수 있는 동아줄은 한호열밖에 없었다. 그 역시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부산에 도착했을 때 “하이 부산”하며 버스에서 내리는 한호열의 뒤에서 안준호가 웃고 있는 표정을 꼽았다. 서로가 잘 끌고 잘 밀었다.

“정해인과는 아주 친밀한 존재가 됐고, 지금 당장 함께 어떤 장면을 만든다고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상대역이 됐어요. 굉장히 많은 영감을 주는 배우인데, 한호열의 언어로 뭔가를 하고 있으면 또 뭔가를 줘요. 안 웃기면 안 웃고 웃기면 웃고. 장면 안에서 한호열의 언어를 듣는 것을 보고 용기와 배움을 얻었어요. 이건 김성균 선배에게도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에요. 반응을 주면 이를 듣고 다시 움직이면서 장면을 만드는데, 설렘과 애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드라마가 공개된 직후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진급하며 바뀌어갈 안준호의 모습과 군에 대한 시선, 또 다른 탈영병들까지. 온갖 재치 있는 추측이 한껏 기대를 부풀린다. 물론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호열의 인물전사 역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보통 작가님과 한준희 감독님께 저도 문의를 드려볼게요. 한호열에 대한 전사는 지금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지점도 있고, 궁금한 점도 있는데 더 알고싶지 않은 부분도 있어요. 그 장면을 보고싶지 않은 것도 있고. 저는 그냥 한호열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영화 작업을 하다 드라마를 한다고 기술적인 차이는 못 느꼈는데 오랜시간 같이 지내는 기분은 있네요. 앞으로도 계속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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