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로터리] 바다에서 온 가방이 있다고?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요즘 핫한 패션 제품 중에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이라는 브랜드 가방이 있다. 이 가방은 트럭에 씌우던 방수천으로 몸체를 만들고 자동차 안전벨트로 어깨끈을, 자전거 고무 튜브로 모서리 마감재를 만든다. 3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격대지만 10년 이상 써도 튼튼하고 방수도 잘되는 실용성을 갖춘 데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환경에 대한 철학과 스토리가 있는 가방’이라는 이유로 전 세계 400여 개 매장에서 매년 30만 개 이상 팔리고 있다.

스위스에 ‘프라이탁’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세일업’이 있다. 세일업은 수명이 다한 요트 돛을 활용해 쇼퍼 백·파우치 등을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요트 돛의 경량성과 발수성·내구성 등 패션 소재로서의 장점과 각 요트의 돛만이 지닌 고유 패턴·색감 등 디자인 요소를 결합해 대한민국 업사이클링 패션 시장을 개척했다.



좋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지만 세일업은 사업 초기에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돌파구를 찾던 중 해양수산부에서 지난해 시범 사업으로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 지원 사업의 문을 두드렸고,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활용성을 무기로 당당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후 세일업은 크라우드 펀딩 목표치의 500%를 달성했고, 다양한 곳으로부터 입점 제의를 받아 온?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하고 판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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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업계와의 접목 외에도 해조류?수산물에서 육류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해 수산물 기반 대체 육류를 개발한 ‘HN노바텍’, 생체 유래 성분을 활용해 독성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해양 생물 부착을 방지하는 페인트를 개발한 ‘FRSI corp’, 해양성 플랑크톤을 이용해 동물성 사료에 따른 질병 위험이 없는 골(骨)이식재를 개발한 ‘셀코’ 등이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양 수산 신산업을 개척한 기업들이다. 이에 힘입어 매년 증가 추세인 해양 수산 벤처기업은 2019년 기준 1,2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아이디어는 스타트업 창업과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씨앗이지만 아이디어만으로 성공적인 기업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시장성 있는 상품을 고안해야 하고,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자금 조달과 경영?재무 지식도 필수적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양 수산 분야 창업과 기업 성장을 지원하고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다양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 컨설팅 회사를 창업 기획자로 선정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초기 자금과 종합적인 창업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 이후에도 사업 모델 수립, 시제품 제작, 홍보?마케팅 등 전 주기에 걸친 컨설팅과 자금을 지원한다. 또한 해양모태펀드를 통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해양 수산 기업의 투자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새로운 사업을 꿈꾸는 모든 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련 지원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가까운 미래에 해양 수산 분야에서 새로운 ‘유니콘’, 나아가 ‘데카콘’ 기업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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