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을 통해 단기자금을 장기자금으로 차환하는 '만기 갈아타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과 글로벌 긴축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차입금의 만기를 늘려 외부 조달 안정성을 꾀하겠다는 것이죠.
CJ제일제당은 이날 3·5·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해 2,000억 원 어치 CP를 상환할 예정입니다. SK는 3,000억 원을 조달해 11월 만기되는 회사채와 기존 3개월물 CP를 갚는다고 밝혔지요. SK렌터카도 이달 중순 만기가 돌아오는 300억 원 규모 CP를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해 차환하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단기자금시장은 활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증시가 오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들이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죠. 이같은 유동성은 이달 말부터 다소 수그러들 전망입니다. 일반적으로 단기자금 이탈이 늘어나는 분기 말인데다가 추석 연휴까지 있어 카드 대금과 성과급 지급 등 기업과 금융권의 자금 소요가 늘어나는 시기인 탓입니다.
올해 역대 최저치(0.97%)까지 떨어졌던 기업어음(CP, A1 91일물 기준) 금리는 지난 8월 말 한국은행에서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1.12%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나 운영 자금을 조달하면서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죠. 이같은 모습은 A2, A3 등 비우량 등급에서 더 뚜렷한데요. 일례로 전날 135억 원 규모 CP를 발행한 두산(A3) 182일물 발행금리는 1.66%로 지난 4월 0.99% 대비 67bp(1bp=0.01%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단기자금시장은 신고 의무 없이 간편하게 발행할 수 있지만 만기가 짧은 탓에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과거 금융위기때도 위기의 전조는 대부분 단기자금시장에서 시작됐지요. 장기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비교적 조달이 수월한 단기성 자금으로 연명하다가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신용도가 낮고 만기가 짧은 자금을 이용하는 저신용 기업일수록 유동성 위기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지요.
올해 CP 발행이 급증한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금리 변동성이 커져 회사채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자 단기시장에서 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CP 조달을 늘리고 있는 것인데요. 발행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여신업 전반에 걸쳐 산업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장단기 금리와 시장유통금리를 교란해 시장의 위험을 제때 파악할 수 있는 감시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부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