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에 압력 센서를 붙여 내부에서 일어나는 부반응을 알아내는 기술이 나왔다. 이 기술은 전지 수명을 줄이는 부반응을 알아내는 비파괴 진단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은 압력 변화를 분석해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 내 2차상과 수지상 물질 생성 반응을 구분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조지아공대 매튜 맥도웰(Matthew T. McDowell) 교수 연구팀과 함께했다.
이 교수는 “고가 엑스레이(X-ray) 기술과 달리 본 진단 방식은 소규모 전지부터 상용화될 대용량 전지까지 쓸 수 있는 기술로, 보다 간편하고 정밀한 전고체 전지 성능 평가와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폭발위험이 없는 차세대 전지다.
연구팀은 2차상 물질이나 리튬 수지상 물질이 만들어질 때 전지 내 부피 변화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지 내 물질의 부피가 감소하면서 외부에서 측정한 압력이 감소하는 원리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전지 내부반응이 다른 두 종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썼다. 주석 금속 이온이 포함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배터리의 리튬금속 전극과 만나면 불안정한 2차상으로 변하기 쉽다. 반면 금속 이온이 없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는 리튬금속이 전극 표면에 뾰족뾰족하게 자라 전해질속으로 파고드는 리튬 수지상이 잘 생긴다.
제 1저자인 이찬희 UNIST 에너지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기존 전해질보다 부피가 훨씬 작은 2차 상은 전해질 단면 전체에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압력 감소가 큰 반면, 리튬 수지상은 고체전해질 내부의 작은 구멍을 메우는 형태로 생겨 압력 감소가 적었다”며 “실제 충전 실험 중에서 이 같은 형태를 관찰 했다”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관건은 액체만큼 이온전도도가 좋은 고체를 찾는 것이다. 황화물계 고체는 지금껏 나온 고체 전해질 중 가장 이온전도도가 좋아 전해질로 유망한 물질이다.
또 연구팀은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제조에서 가하는 압력 정도를 달리해 위와 같은 분석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분말형태 황화물을 뭉쳐 전해질을 만드는 공정의 압력이 클수록 리튬 수지상 생성이 억제되고 전지 수명이 길었다.
한편, 제1저자인 이찬희 박사과정 연구원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글로벌 혁신 인재 양성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 또한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과 연구진과 협업해 거둔 성과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이씨에스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에 8월 24일자로 온라인 공개돼 출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