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What] ESG 투자, 英보다 더 빨리 더 많이…파리, 유럽 금융허브 노려

■‘녹색금융 메카’ 프랑스

2015년 ESG 투자 법제화

일찌감치 친환경 금융 선도

올 3월까지 1,670억弗 넘어

투자금액 英보다 40% 많아

마크롱 정부, 법인세 인하 등

글로벌 금융사 유치도 힘써

최근 프랑스 파리 JP모건체이스 본부 개소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최근 프랑스 파리 JP모건체이스 본부 개소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가 ‘ESG 금융’을 앞세워 영국 런던이 지켜온 유럽 금융허브 왕좌를 넘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후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금융권에서도 ESG가 대세로 자리 잡자 이 분야를 주도해온 프랑스의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런던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글로벌 금융사들의 이탈을 겪는 가운데 ESG 금융 강화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ESG 금융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평가해 기업에 투자·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금융권에서는 환경과 사회에 기여하는 경영,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ESG 펀드를 늘리고 있다.

佛, 전 세계 첫 석탄금융 제한

미국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전 세계 ESG 펀드에 모인 총투자금은 1조 9,840억 달러(약 2,261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1조 달러를 넘어선 지 9개월 만에 두 배로 불어난 것이다. 한때 틈새시장처럼 여겨지던 ESG 투자가 이제는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ESG 투자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5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ESG 금융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로 꼽힌다. 프랑스 의회는 지난 2015년 일찍이 금융사들이 투자할 때 ESG 문제를 고려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프랑스 금융회사들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석탄 금융을 제한했다. 아울러 프랑스 정부는 내년까지 자국 내 석탄발전을 완전히 퇴출할 계획이다. 특히 2015년 탄소 중립의 근간이 되는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된 파리는 친환경 이미지가 강하다.

프랑스는 ESG 금융 규모에서도 영국을 앞선다. 모닝스타 집계에 따르면 프랑스는 올 3월 말 기준 1,670억 달러 이상의 ESG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영국에 비해 거의 40%나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그린본드를 발행했다”면서 “아직 그린본드를 발행하지 않은 영국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英→佛 사무실 옮긴 금융사 100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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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행정부도 파리의 금융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통해 금융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본부 유치에 적극 나서왔다. 특히 세계 최대 은행인 미국 JP모건체이스가 최근 금융거래허브를 런던에서 파리로 이전하면서 전 세계 금융권의 이목을 끌었다. 런던에서 근무하던 440명이 옮겨오는 것은 물론 내년까지 800명을 고용해 영업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는 “JP모건의 경쟁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나 골드만삭스도 런던보다 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친환경 드라이브를 거는 프랑스의 약진과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유럽 금융허브의 지위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실제로 싱크탱크인 뉴파이낸셜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을 떠나 유럽연합(EU)에 사무실을 연 기업은 440곳에 달하며 이 가운데 파리로 옮긴 기업은 102곳이다.

전통의 런던, 추격전 시동

컨설팅 업체 EY는 브렉시트 이후 7,500개의 금융 일자리와 1조 3,000억 달러의 자산이 런던에서 EU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녹색금융연구소 소장인 리언마리 토머스는 “런던이 금융 분야에서 유서 깊은 내력을 가졌다고 해서 녹색금융 또한 발전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뒤늦게 녹색금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리시 수나크 재무장관은 이달부터 최소 210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와 함께 11월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자국의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하고 자국 금융사들의 녹색금융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방침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지속 가능한 금융 프로그램 책임자인 벤 칼데콧은 “뉴욕이 주식 트레이딩을 지배하고 시카고가 상품 거래의 본거지인 것처럼 글로벌 녹색금융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 도시는 ESG 투자 급증에 따른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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