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은, 코로나 피해 중기·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6개월 연장

소상공인 지원 3조→6조 확대

일부 종료로 총 한도 43조 유지

與 자영업자 채권 매입 요청엔

"구체적 내용 파악 안돼" 난색

발권력 동원, 한은법상 불가능하고

독립성도 침해 "위험한 방식" 지적





더불어민주당이 중앙은행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 매입을 요청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초저금리 대출 지원 제도인 금융중개지원대출 운용 기한을 전격 연장하고 소상공인 지원 규모도 대폭 늘렸다. 여당이 요구하는 소상공인 채권 매입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사안일 뿐 아니라 한은법상 매입 대상 채권도 아니고 중앙은행 독립성마저 침해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정기회의에서 금중대를 통한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과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의 은행 대출 취급 기한을 오는 9월 말에서 내년 3월 말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금중대는 한은이 은행에 연 0.25% 초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린 한은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금중대 연장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소상공인 등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게 되면서 이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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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은의 금중대 개편은 코로나19 피해 계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업종 제한이 없었지만 다음 달부터 서비스업으로 한정하고 지원 규모도 두 배인 6조 원으로 늘렸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서비스업으로 한정하되 지역마다 피해 상황을 고려해 추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지난달 종료 예정이었던 지방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이미 2년 연장한 상태다.

한은은 소상공인 지원 규모를 3조 원이나 늘렸지만 전체 한도 43조 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일부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최근 수출과 투자가 회복세인 점을 감안해 무역금융(1조 원)과 설비투자(5조 원)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이달 말까지만 운용하기로 한 것이다. 한은이 한도를 늘리지 않은 것은 금중대가 사실상 준(準)재정 정책으로 지속해서 확대 운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금중대 확대조차 신중한 만큼 한은은 여당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채권 매입 요구에 대해 “구체적 내용이 파악되지 않아 답변이 어렵다”며 난색을 드러냈다. 마침 이날 금중대를 전격적으로 확대 개편한 만큼 당분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사실상 여당 요구가 하루 만에 무산된 셈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금중대를 증액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좀 더 봐야 한다”며 “추가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계속 점검하면서 보완할 것이 있으면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은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기구(SPV) 등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채권을 매입하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취약 계층 선별 지원은 발권력을 동원할 것이 아니라 재정 정책이 해야 할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법에서도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대상을 국채·정부보증채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은이 국채 매입에도 신중할 뿐 아니라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회사채 매입에 나서지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소상공인 채권을 매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지원은 예산을 통해 재정 정책으로 하는 것이 맞지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며 “우리나라 전반적인 화폐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독립성마저 훼손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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