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M&A 고배 연속 신동빈, 한샘 인수로 명예회복

구본준 LX회장과 자존심 건 승부서 이겨

롯데쇼핑도 하이마트 인수 후 첫 빅딜 성공





롯데그룹의 국내 1위 가구업체 한샘(009240) 투자가 확정됐다.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롯데그룹이 이번 인수전에선 쟁쟁한 경쟁사들을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됐다. 그간 소극적 행보를 보여온 롯데그룹의 인수·합병(M&A) 전략에 변화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이 단행했던 빅딜은 지난 2016년 롯데케미칼의 삼성그룹 화학부문 인수 이후 전무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삼성SDI 화학사업부분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총 3조 원에 인수했다. 국내 화학업계 최대 빅딜로 주목받았던 투자다. 이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17년부터 롯데그룹은 M&A 시장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진행된 계열사 투자와 분할·합병 등이 투자 활동의 중심을 이뤘다.

한샘의 투자 주체로 나서는 롯데쇼핑(023530)의 경우 최근 10년 간 단행했던 대규모 M&A는 2012년 1조 2,481억 원을 투자했던 하이마트 인수가 유일하다. 올 3월 단행한 중고나라 지분(20%) 인수는 거래액이 300억 원에 그치는 소규모 투자였다.

이는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이 올 해만 5건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세계는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 야구단 SSG랜더스(SK와이번즈) 인수, W컨셉 인수, 이베이코리아 인수,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인수까지 상반기에만 M&A에 약 4조 원을 쏟아부었다.



또 다른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꾸준히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 SK그룹의 화장품 원료회사 SK바이오랜드를 1,205억 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초에도 복지몰 이지월을 1,250억 원에 인수했다.



특히 롯데그룹은 대규모 공개 경쟁입찰에서 과감한 가격 제안을 하지 못해 고배를 마신 경우가 적잖았다. 올 6월 국내 M&A 시장 빅딜이었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신세계그룹에 가격 면에서 크게 뒤져 승기를 내줘야 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3조 4,400억 원에 이베이코리아 경영권을 인수했다. 롯데마트가 입찰에 써낸 가격은 2조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한샘 투자는 신세계와 LX그룹 등 쟁쟁한 경쟁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 승기를 잡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한샘 인수 소식이 알려진 후 롯데쇼핑을 비롯한 유통 대기업 및 건축자재·인테리어 기업들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한샘이 국내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독보적 1위 기업인 만큼 투자 참여 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최근 집 꾸미기(홈퍼니싱)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특히 LX하우시스의 경우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의지 역시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 인수전은 신 회장과 구 회장의 자존심 싸움으로도 업계에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 지난 6일 LX하우시스가 한샘 M&A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공시를 낸 데 이어 롯데쇼핑도 9일 같은 내용의 공시를 냈고, 양 사중 한 곳을 떨어뜨려야 하는 IMM PE의 입장도 적잖이 난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이 이례적으로 투자 확정도 전에 공시를 내며 강한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는 IMM PE의 한샘 인수에 롯데쇼핑이 주요 출자가(LP)로 참여하는 구조다. IMM PE가 한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투자목적회사(SPC)에 롯데쇼핑이 2,995억 원을 투자해 SPC 지분 약 30%를 취득할 예정이다.

IMM PE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특정 시점에 한샘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 때,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보장받는다. IMM PE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 15.75%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7인 지분 30.21%를 1조 5,000억 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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