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을 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국민의힘과의 대치 상황이 약 11시간 반 만에 일시 해소됐다.
이날 밤 9시 17분께 김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러 왔던 공수처 검사 및 수사관들은 일제히 의원실을 빠져나갔다. 박시영 공수처 검사는 ‘영장 집행이 중단된 것이냐’는 질문에 “중단했다”면서도 ‘집행의 부당성을 인정한 것인가’라고 묻자 “그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공수처는 오전 10시 9분께 의원실에 진입했지만 야당이 “피압수자인 김 의원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맞섰고 대치 상황은 11시간 넘게 이어졌다.
공수처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김 의원과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의 제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중단했다”며 “법원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여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적법 절차에 따라 집행하려는 수사팀의 합법적 행위를 다수의 힘으로 가로막고, 그 과정에서 검사에게 고성과 호통, 반말을 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영장 재집행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며 재충돌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 의원실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뤄진 무리한 압수수색 시도는 야당 대선 경선 기간에 이뤄진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며 “(공수처 스스로) 모순성을 인지하고 철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애초에 이런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공수처장이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김 의원은 피의자가 아니자 제 3자의 신분임에도 이렇게 무리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데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처음에 공수처 만들때 우리가 반대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며 “공수처는 민주당의 선거 프레임을 실현 시켜주는 선거조직 같은 행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공수처가 재집행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 “(압수수색의) 불법성에 따라 이번 영장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추가 절차를 진행하려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올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로 지목됐던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언론사 인터뷰로 신분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해당 제보자의 내용만으로는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절차상 불법성을 들어 이날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수처 관계자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불법압수수색죄로 고발할 계획이다. 김 의원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 특히 공수처장은 불법 압수수색죄의 공범으로서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일 10시쯤 남부지검이나 대검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어떤 (정치)공작들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국민 여러분이 충분히 판단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전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김 의원이 주요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반면 대검과 윤 후보는 압수수색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이날 김 의원의 의원실을 제외하고 김 의원의 자택과 차량, 손 전 정책관의 사무실과 서울 자택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