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제1차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민주당은 12일 오후 6시께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강원 지역 순회 경선과 함께 1차 일반당원·국민 선거인단 64만여명이 참여하는 슈퍼위크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오는 14일까지 모집하는 3차 선거인단까지 포함한 총 선거인단이 210만명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1차 슈퍼위크의 비중은 30%(210만명 기준 30.57%)가 넘을 전망이다. 사실상 이날 개표 결과에 따라 경선 결과의 전체 윤곽이 잡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변이 연출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선거인단 규모가 클수록 조직력의 입김이나 일부 팬덤의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전체 여론조사 결과에 수렴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민주당 지지자들만 대상으로 민주당 후보들 중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 계속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50%내외를 유지했다”며 “이 지사가 우위를 가져가는 구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과반 확보’ vs 이낙연 ‘과반 저지’
때문에 민주당 첫 슈퍼위크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1등을 하느냐보다 이 지사가 과반을 획득하느냐 마느냐로 모아진다. 이 지사가 슈퍼위크에서 과반 승리에 성공하면 충청권에 이어 전날 대구·경북까지 3연속 과반 승리를 통해 확보한 ‘이재명 대세론’은 더 이상 뒤집기 어려워진다. 반면 이 지사가 슈퍼위크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다음 격전지인 호남에서 격차를 줄이며 결선투표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 이 지사는 전날 대구·경북 경선에서 자신의 고향이라는 이점이 있음에도 51.12%를 득표해 지난 충청권 경선(54.72%)에 비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가 대구·경북 경선에서 충청권과 큰 차이 없는 득표율(27.98%)을 기록한 뒤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조금 나았던 것 같다”고 평가한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 7월 5일부터 일주일 동안 일반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슈퍼위크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이들은 지난 8~9일 이틀간 온라인 투표, 10~11일 이틀간 강제 자동응답(ARS) 전화투표를 진행했다. 온라인투표와 강제ARS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개표 당일(12일) 오후 3시까지 자발ARS 투표가 진행된다. 민주당에 따르면 64만 1,922명의 1차 슈퍼위크 선거인단 중 70.36%(45만 1,636명)가 이미 온라인 투표를 마쳤다. ARS 투표까지 합하면 최종 투표율은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최종 투표율인 76.6%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의 승부수…여론도 반짝 관심
이 전 대표는 1차 슈퍼위크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의원직을 걸었다. 지난 8일 이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호남 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루겠다”며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충청권 경선 패배 후 지난 6일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숙고한 결과다. 배수진을 침으로써 지지층과 호남 민심에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는 25~26일 예정된 호남권 경선에서 이 지사를 따라잡지 못하면 이 지사의 과반 승리를 저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전략투표자’인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슈퍼위크에서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이 전 대표의 승부수는 일단 여론의 관심을 받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포털 네이버의 검색량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난 8일 이 전 대표의 검색량은 76으로 이 지사(60)을 넘었다. 9일 다시 이 지사(59)가 이 전 대표(42)를 앞서긴 했지만 지난 3주간 이 지사의 평균 검색량(45.7)이 이 전 대표(19.2)의 약 2.4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많이 줄었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검색량을 넘은 날은 1차 슈퍼위크 온라인 투표가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호남 겨냥 배수진에 요동치는 지역 넷심
지역을 호남으로 한정해 살펴보면 이 전 대표의 승부수가 여론에 미친 영향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포털 다음의 검색량을 분석해주는 ‘카카오 트렌드’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지난 8일 이후 호남권 넷심은 요동쳤다. 전라북도의 경우 지난 8일 이 전 대표의 검색량은 83으로 이 지사(31)의 2.7배에 달했다. 광주와 전라남도는 사퇴 선언일 이 전 대표의 검색량이 100으로 지난 2주 내 대선 주자들 검색량 중 가장 높았다. 사퇴 선언 이후에도 전북과 광주에서는 9일까지는 이 전 대표의 검색량이 1위를 유지하고 10일에는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검색량 수준이 거의 같았다.(전북, 이재명 40 vs 이낙연 34 / 광주, 이재명 48 vs 이낙연 48) 전남에서는 9~10일까지 이 전 대표의 검색량이 이 지사를 앞서고 있다. 전남의 경우 이 지사의 지난 2주간 평균 검색량 41로 이 전 대표(24)의 1.7배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네티즌 여론의 흐름 변화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트렌드와 네이버 데이터랩은 각 포털에서 검색 기간 중 가장 많은 검색량을 기록한 날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검색량을 시각화해주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다.
명락대전 뒤로 정·추·박 3위 싸움
민주당 경선 3~4위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구·경북 경선에서 14.84%로 3위에 오르며 누적 득표수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제치면서다. 충청권 경선까지는 정 전 총리가 7.05%로 추 전 장관(6.81%)를 앞섰다.
추 전 장관(4,360표)은 대구·경북 경선에서 1,741표를 추가하면서 정 전 총리(3,134표)보다 1,226표를 더 획득했다. 추 전 장관이 대구·경북 출신인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에 대한 ‘고발장 사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윤 예비 후보와 갈등을 빚었던 추 전 장관의 ‘개혁 선봉장’ 이미지가 부각된 결과로 보인다. 정 전 총리 역시 전날 대구·경북 경선 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이 지역 출신 두 분(이재명 경기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슈퍼위크와 호남권 경선에서도 추 전 장관이 3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호남권 경선에서는 추 전 장관이 불리하다. 정 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이 전북이기 때문이다. 반면 슈퍼위크 표에서는 추 전 장관이 정 전 총리와 겨뤄볼만 하다. 슈퍼위크 유권자들은 특정 지역의 투표 성향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고발 사주 의혹’의 반사효과를 여전히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한편 박용진 의원도 3~4위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데다 전체 여론조사에서 3위에 오른 적이 있던 만큼 일반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슈퍼위크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만 하다. 고향이 전북 장수군이라는 점에서 호남권 경선에서도 상승세를 형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