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조지아 전쟁’ 때 조지아의 국가 중추기관들이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쑥대밭이 된다. 의회 웹사이트는 미하일 사카슈빌리 조지아 대통령과 독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비교하는 악의적인 사진으로 도배됐고 국방부·내무부·외교부의 전산 기능은 디도스와 악성 바이러스 공격으로 완전히 마비됐다. 조지아는 더 이상의 전쟁 지휘도 서방국들을 향한 원조 요청도 할 수 없게 됐고 국민들은 전쟁 정보가 차단돼 공포에 사로잡혔다. 결국 조지아는 8월 8일 러시아 전투기의 공습 개시 5일 만에 패전했다. 훗날 조지아 전쟁은 전통적인 육·해·공 전투와 사이버·정보·심리전 등이 뒤섞인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하이브리드 전쟁은 2013년 러시아의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선전포고 없이 이뤄지는 정치·경제·정부·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 잠재력과 결합한 비대칭적 군사행동’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개념이 정립됐다. 이후 러시아는 에스토니아·우크라이나 등의 분쟁 때 사이버·심리전을 활용해 전투 효율을 높였다. 미국은 2014년 이라크의 이슬람국가(IS) 제거 작전 때 IS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의 홍보전을 구사했다.
최근 폴란드를 찾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연합(EU)으로 난민을 밀어내고 있는 벨라루스를 겨냥해 “이런 ‘하이브리드’ 공격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잖아도 유럽 국가들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대거 유입 가능성과 그로 인한 사회 혼란과 경제 불안 걱정이 크다. 이런 약점을 파고들어 벨라루스는 지난 6월 단행된 EU의 경제제재에 대항해 인접 유럽 국가들로 난민을 대거 내몰고 있다. 여기에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겨냥한 EU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까지 깔려 있을 것이다. 북한도 하이브리드 전쟁 실행 능력이 막강하다. 최근에는 ‘탈륨’이라는 북한 추정 해킹 단체가 우리의 국방 정보 탈취까지 시도했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대비책에 물 샐 틈이 없어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