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경선 후보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순회 경선을 약 2주 앞둔 시점에 정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하면서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총리를 지지하던 표심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에게로 쏠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 전 총리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호남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 전 총리는 다른 후보 지지 선언 여부에 대한 물음에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만 언급하며 즉답을 피했다.
호남은 대의원과 권리당원 수가 약 20만 명으로 전체의 30%에 달하는 주요 승부처다. 이 때문에 호남 경선 결과는 이후 경선 흐름을 결정할 주요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 호남 표심을 잡기 위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 전 대표의 움직임이 바쁜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 전 총리의 위상과 비중은 지지율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지지율은 미미했을지라도 정 전 총리를 지지하던 친문 표심은 실질적으로 이 전 대표에게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지사는 ‘대세론’ 굳히기 총력전에 나섰다. 정성호 의원을 비롯한 캠프 중진은 지난주 한발 앞서 호남에 내려가 밑바닥 민심을 훑는 등 필승 각오를 다지고 있다. 캠프는 호남이 역대 대선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팽배한 낙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지사가 전날 밤 “어차피 이재명이 후보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순간 승리는 날아간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함께해달라”며 ‘어후명’ 경계령을 내렸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세론’을 뒤집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호남 지역 공약도 발표했고 주중과 추석 연휴에 호남 방문도 예정돼 있다. 이 지사가 득표율 50%를 훨씬 웃돈 지역 경선에서와 달리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51.09%로 ‘턱걸이 과반’ 득표율을 보인 점도 이 전 대표에게는 긍정의 신호다. 경선 초반 이 전 대표와 이 지사의 득표율 격차는 20%포인트 후반대까지 벌어졌지만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20%포인트에 가깝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