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8월 CPI도 5.3% 고공행진…조기 테이퍼링 힘 실린다

[글로벌 What] 기대인플레 8년래 최고

"일시적 인플레" 연준 전망 흔들

4개월째 5%대 '장기화 시그널'

물류대란 화물운임도 27% 폭등

아마존 최저시급은 18달러로 껑충

FOMC서 '11월 테이퍼링' 무게

지난 6월(현지 시간) 미국 콜로라도의 한 매장에서 한 남성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지난 6월(현지 시간) 미국 콜로라도의 한 매장에서 한 남성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AP연합뉴스




“미국에서 금속과 플라스틱, 심지어 술병까지 부족한 현상은 이제 표준(norm)이 됐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미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물품까지 부족해졌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 “이런 품귀 현상이 소비재 가격 인상은 물론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4일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했다. 4개월 연속 5%대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대치를 보인 6~7월(5.4%)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2% 상승)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노무라증권의 아메미야 아이치 애널리스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정점은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온 이번 지표가 연준에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상황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연준의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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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물류 대란이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일손이 부족해 하역 작업이 원활하지 않다. 이미 미국의 8월 화물운임은 전년 대비 27%나 폭등했다. 문제는 핼러윈(10월 31일), 추수감사절(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11월 26일),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 시즌이 다가올수록 물류량이 점점 많아진다는 점이다. 발틱해국제해운협회(BIMCO)의 피터 샌드 애널리스트는 “물류 대란이 해소되는 데 1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류 기업 UPS의 스콧 프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에게 지금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지 않으면 내년 2~3월까지 선물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해상운임비교 업체 프라이토스는 해상 화물의 평균 배송 시간이 지난해 41일에서 최근 70일로 늘었다고 밝혔다. 40피트 컨테이너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4배 높은 1만 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AFP연합뉴스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AFP연합뉴스


코로나19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다. 지난주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14만여 명으로 직전 주보다 12% 감소했다. 하지만 사무실 출근과 등교 수업이 재개된 상황에서 10만 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공급망의 핵심이라 할 제조 공장이 폐쇄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학교가 다시 문을 닫으면 일터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구인난과 임금 인상으로 연결돼 물가 상승을 압박하게 된다. 실제 아마존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평균 18달러로 올랐다. 구인난에 각 지역의 창고와 매장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자 임금이 회사 공식 최저시급(15달러)보다 높게 형성된 것이다.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미국 물가가 5.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7월보다 0.3%포인트 오른 것으로 연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현장에서 번지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통화 당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CIBC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이 기대치를 상회하는 추세는 확실해졌다”며 “이렇게 되면 연준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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