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한국 경제가 마주한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8월 13일 가석방 이후 한 달 만에 부회장 직함으로 공식 행사에 처음 참석한 이 부회장은 삼성이 보유한 인프라와 자원을 총동원해 3년 안에 3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삼성은 오는 2024년까지 신입 사원 공채 등을 통해 직접 고용하기로 약속한 4만 명에 더해 총 7만 명을 위한 일자리 마련을 공식화했다.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삼성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 교육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취업난 해소에 초점을 맞춘 ‘청년 희망 ON(溫)’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해마다 1만 명씩, 3년간 총 3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고 발표했다. ‘청년 희망 ON’ 프로젝트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달 7일 민관 협력으로 정규직 1만 2,000여 명 고용을 약속한 KT가 첫 번째 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은 이 프로젝트에 두 번째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행사장을 입·퇴장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이 부회장은 김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청년들의 희망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여러 갈래로 펼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 중에서도 청년 고용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자신을 향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환대를 받으며 행사장에 입장한 김 총리는 “청년 일자리보다 지금 중요한 일은 없다”며 이날 삼성이 발표한 7만 개 일자리 창출 계획에 대해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다운 과감한 결단”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김 총리는 지난해 10월 타계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언급하며 “고인은 생전에 ‘기업의 모든 성공은 인재에 달려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오늘 삼성이 큰 힘을 모아주신 것도 회장님의 그런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총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1석4조’라고 지칭하며 “삼성은 가치 있는 사회 공헌을 하고, 기업들은 삼성이라는 최고의 기업에서 교육된 인재를 채용하고, 우리 사회는 청년 일자리가 늘고,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부회장과 김 총리는 비공개 환담과 교육생·강사진 비대면 화상 간담회, 이후 오찬까지 2시간가량 함께 자리하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부와 삼성이 힘을 합친 이번 프로젝트가 기업들이 관련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삼성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청년 채용에 CSR의 무게 추를 더할 계획이다. 3만 명이라는 수치를 채워나갈 구체적인 청사진도 발표했다. 우선 삼성은 해마다 1,000명 수준이었던 취업연계형 SSAFY 교육생을 2배 이상 증원한다. 단순히 계산해도 향후 3년간 6,000명 이상이 수혜를 보게 된다. 교육생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인원도 추가로 채용된다. 여기에 계열사별로 상생과 혁신을 위해 추진해오던 활동인 C랩 아웃사이드, 스마트공장(이상 삼성전자), 지역청년활동가 지원 사업(이상 삼성생명) 등에서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삼성의 CSR이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재정립하고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해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SAFY는 이 같은 계획의 선봉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SSAFY 1~4기 수료생(2,087명)은 취업률 77%를 기록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들이 취업한 곳은 삼성전자와 신한은행·네이버·쿠팡 등 국내외 대기업을 비롯한 544개 기업이다.
한편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외부 일정을 소화하면서 그다음 일정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석방 당시 그에게 부여된 특명은 크게 ‘경제 살리기’와 ‘백신 특사’ 두 가지였다. 경제 살리기를 주문했던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이 부회장은 가석방 이후 한 달 내에 그룹의 자원을 적극 동원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계획으로 화답했다. 앞으로도 반도체·바이오·배터리 분야에 대한 투자를 비롯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아직 이렇다 할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은 백신 관련 성과는 한미 정부의 협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이달 19~23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방미 일정과 맞물려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미국에 직접 방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