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220조 또 연장, 차기 정권으로 ‘부실 폭탄’ 돌릴 것인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내년 3월까지 또 연장됐다. 코로나19 이후 기업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 주도로 지난해 4월 처음 시행된 후 세 번째 연장이다. 금융회사들이 지금까지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등을 통해 지원해준 규모는 222조 원을 넘는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추가 상환 유예는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점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데 금융회사들이 일제히 여신을 회수하는 것은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빼앗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국이 은행권의 팔을 꺾어 빚 독촉을 못하게 하면서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여신 분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 미만 기업은 조사 대상 2,520곳 중 39.7%로 전년 말보다 4.6% 상승했다. 부채비율 200%를 넘는 기업도 15.3%에 이른다. 한계 기업이 급증하는데도 금융권은 이들 대출마저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가 방조하는 사실상의 ‘분식 행위’다. 부실의 고름이 갈수록 커지면서 대출 절벽에 따른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금융 당국도 이를 의식해 채무 재조정 방안인 프리워크아웃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질서 있는 정상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옥석 가르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환경이 계속되면 차기 정권 초기에 누적된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엄청난 퇴출 비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국책 은행의 부실 제거 작업은 전부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대가를 덜 치르는 방법은 금융회사들이 자체 여신에 대한 정밀 분류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작업을 진행한다면 퇴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국도 기업과 가계 대출 연착륙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경제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음을 깨닫고 금융회사들의 자율 구조조정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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