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투자에서는 손을 잡았다.
16일 KB금융과 신한지주는 유럽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그린에너지 파트너십 펀드’에 총 800억 원 규모로 공동 출자했다고 밝혔다.
펀드는 지난 4월 KB국민은행이 신한은행·한국중부발전·한국수력원자력·스프랏코리아와 맺은 그린에너지 투자 활성화 업무협약(MOU)을 통해 조성한 투자 펀드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1,500만 유로, KB손해보험(KB자산운용 LDI본부)과 신한라이프가 각각 200억 원씩 총 800억 원을 공동으로 출자한다. 스프랏코리아자산운용이 유로화 펀드, 신한자산운용이 원화 펀드를 각각 맡아 운용할 계획이다.
펀드의 첫 번째 투자로 선정한 ‘구바버겟 프로젝트’는 스웨덴에 74.4㎿ 규모 풍력발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 펀드가 지분의 55%를 투자하고 나머지 45%는 한국중부발전이 출자한다. 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구바버겟 프로젝트’의 스웨덴 현지 신용보증을 위해 신용장(Letter of Credit)을 발급했고 향후 대출 등 금융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당기순이익, 자산 규모 등에서 1위 다툼을 하는 대형 금융지주가 손을 잡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신남방 진출처럼 국내 금융사 간 ‘쏠림’ 현상이 커진 글로벌 부문의 과당경쟁을 줄이고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기 위한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KB금융과 신한금융의 협력도 해외 ESG 관련 투자에서 힘을 모아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나아가 국익도 창출하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실제 양사는 앞으로 이 펀드를 신재생에너지 공동 투자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유럽뿐 아니라 북미 등 전 세계 시장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이번 펀드 출자를 통해 국내 발전 공기업에 금융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그린 에너지 사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그룹의 진일보한 친환경 전략인 ‘제로카본 드라이브’를 적극 추진하는 등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발전 공기업에 글로벌 그린 에너지 공급을 위한 통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 동반 진출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중부발전은 ‘구바버겟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전문가들을 스웨덴 현지에 파견해 건설 공정과 운영 과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며 안정적인 사업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중부발전은 이번 프로젝트에 앞서 하반기 운전 개시를 앞두고 있는 스웨덴의 254.2㎿ 규모의 풍력발전소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