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자재 생산 설비 투자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주요국이 경제 활동 정상화를 시도하면서 상품 수요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치솟는 원자재 값에 중소기업들은 걱정이 가득한 모습이다. 원가 상승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기 힘든 구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골드만삭스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16일까지 S&P GSCI 지수는 32.5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 달 간도 지수는 2.88% 뛰었다. 이는 S&P와 골드만삭스가 집계하는 상품가격 지수로 원자재 가격 움직임을 반영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충격을 받으며 이 지수는 약 6.8% 하락을 나타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작년 코로나19로 원자재 생산설비 투자가 부진하면서 공급이 축소됐지만 올해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며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기업들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코로나19 보다 더 두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 104곳, 중소기업 2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원자재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말한 응답은 81.6%로 코로나 재확산(80.6%), 금리인상(67.7%) 등보다 높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고충이 더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원가 상승분만큼 납품가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공급원가가 올랐다고 본 조합원 중 45.8%가 납품대금에 비용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여러 업종 중 승강기(82.6%), 레미콘(59.9%), 가구(50.0%) 등이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 반영하는 곳은 47.9%였지만 전부 반영하고 있는 기업은 6.2%에 불과했다.
납품 단가를 일부 올리더라도 원가와 비교하면 그 수준은 크게 낮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원가 상승을 일부 반영하는 업체들의 평균 반영 비율은 31.4%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거래단절 등 불이익 등을 우려한다는 게 중기업계의 목소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공급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납품대금 인상에 비협조적인 업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중점 실태조사 업종으로 선별해 강력한 현장조사와 시정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