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을 줄이려고 노력 중인 생강 에디터, 철저한 비건들을 볼 때면 가끔 눈물이 앞을 가리기도 해요. 김치에 멸치액젓이 들어갔는지, 영양제 캡슐에 젤라틴(=동물성 성분)이 들어갔는지, 동물 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인지 죄다 찾아보고 정 안되면 제조사에 전화하고...그렇게 얻은 정보를 다른 비건들과 알음알음 공유하는 모습이 눈물겹더라고요. 왜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순 없는 건지 세상을 원망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비건 인증’을 부여하는 기관이 국내에 두 군데나 있단 사실을 최근 알게 됐어요. 바로 한국비건인증원(한비인)과 국제지속가능인증원(IGSC). 맨 위 사진처럼 두 기관의 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요즘 조금씩 보이고요.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아주아주 조금씩 높아지면서 비건 제품이라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사례도 아주아주 조금씩(너무 조금씩일수도...) 늘어나고 있거든요.
준비된 자만 오라! feat.현장 심사+유전자 분석
그래서 응원...을 무작정 하기 전에! 얼마나 꼼꼼한 절차를 거치는지 생강 에디터가 취재를 좀 해봤어요. IGSC의 정기웅 팀장님이 꼼꼼하게 도움을 주셨어요.
IGSC의 비건 인증 절차는 이래요. 우선 서류를 잔뜩 받아요.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구성 성분이 식물성이고 동물 착취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서류들이래요. 교차오염 여부도 서류로 1차 확인해요. 비건 제품과 논비건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 엄격히 분리돼 있는지 보는 거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물성 재료가 첨가되지 않는지도 꼼꼼히 살펴요.
서류 심사가 끝나면 현장 심사 차례. 정 팀장님은 "원재료 입고부터 제품이 포장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교차오염, 위생 상태, 관리 체계 등을 확인한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사실 현장 심사에 지구용도 따라가 보고 싶었지만 업무 기밀이라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어요.
현장 심사에선 서류로 이미 한 번 확인했던 동물성 성분 교차오염을 제일 꼼꼼하게 살펴보신다고. 용사님들 아시나요...? '식물성 버거'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비건 인증을 받은 사례는 없다는 사실을요. 바로 교차오염 때문이에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식물성 버거만 특별히 다른 조리도구(=별도의 비건 제조라인)로 만들지는 못하니까요.
대망의 마지막 순서는 유전자 검사예요. 제품 샘플을 분석해서 제조사나 협력사조차도 몰랐던 동물성 성분을 가릴 수 있다고.
"유전자 분석은 ISO/IEC 17025에 의해 인정받은 KOLAS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분석을 진행한다"는 정 팀장님의 말씀이 외계어 같지만...중요한 건 동물성 성분이 들어 있으면 바로 잡아낼 수 있다는 사실!
비건에게도 편한 삶
한비인도 서류 심사, 현장 심사, 유전자 분석 등 비슷한 과정을 거쳐 비건 마크를 부여해요. 인증 마크의 유효기간은 한비인, IGSC 모두 1년. 한 번 비건 인증을 받았다고 끝이 아닌 거죠. 비건 인증을 갱신하려면 기준에 맞는 제조 환경을 계속 유지해야 돼요.
소비자 입장에선 비건 마크 하나만 확인하고 살 수 있으니까 편하겠죠? 비건 마크를 단 제품이 많아져서 해외처럼 비건 전용 코너도 생기면 더더더 좋겠지만요.
우리나라 비건 제품, 비건 기업들이 굳이 해외 비건 인증을 받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좀 나아진 부분이에요. 이전에는 해외의 무슨 비건협회 같은 곳에서 인증을 받는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비건이라서 고생하거나 남의 눈치 볼 필요 없는 세상이 오려면요. 지구용도 같이 목소리 보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