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정부와 정치권에서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게 직접 칼을 겨눈 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택시 호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저작권 갑질’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데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 의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등장한 카카오는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한때는 대한민국의 모바일 전환을 가속화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던 카카오가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된 걸까요.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필연적?=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사업 구조상 필연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카카오뱅크 등이 안정 궤도에 오른 뒤 택시, 퀵, 꽃배달, 헤어샵 등 중소상공인의 활동 분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업자들과의 마찰은 자연스런 수순이었습니다.
카카오 기업집단의 몸집도 빠르게 커졌습니다. 지난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28개로 SK그룹(156개)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지난 2015년 45곳에 불과했던 카카오의 계열사가 불과 6년 새 약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겁니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사기준상 플랫폼 업체의 기업결합은 대부분 ‘안전지대’에 해당해 이에 대한 특별한 제지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여론이 악화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 발표였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선배차가 가능한 스마트호출 기능 요금을 최대 5,000원까지 받을 수 있는 탄력요금제로 바꾸려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카카오와 입점업체(사업자) 간 갈등이 카카오와 사용자(소비자) 간 갈등으로 확대된 겁니다.
일본·동남아 등 해외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네이버와 달리 매출이 국내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카카오의 약점으로 꼽힙니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M&A로 ‘카카오’ 이름을 붙인 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처럼 노골적인 수익성 추구가 나타나니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카카오에 칼날 벼리는 공정위·국회=이런 논란이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칼날을 벼리는 곳이 공정위입니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사실상의 지주회사이자 김 의장의 가족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누락하거나 허위 보고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김 의장은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할 때 6촌 이내 혈족 중 다수를 친족 명단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를 통해 가맹 택시에 배차 콜을 몰아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프로멤버십’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월 9만 9,000원을 낸 기사들에 한해 우선 배차 혜택을 주는 이 서비스를 두고 택시 호출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웃도는 카카오가 택시기사를 상대로 과도한 중개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카카오엔터의 ‘저작권 갑질’ 혐의 관련 현장 조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엔터가 웹소설 공모전에서 ‘출품한 작품의 저작권은 자사에 귀속된다’는 조건을 내세운 점이 문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것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부당한 저작권 귀속 요구라는 시각입니다.
국회에서 올 국감의 주인공은 김 의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이미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동물용 의약품 온라인 불법 거래와 관련해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증인으로 호출했습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는 ‘부도덕’?=다만 이런 전방위적 공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지낸 임정욱 티비티파트너스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지 않아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항상 있었다”며 “기존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도 소극적이었던 국내 스타트업 인수 분위기를 카카오가 바꿨다”고 긍정 평가했습니다.
임 대표는 ‘김기사’, ‘지그재그’, ‘래디쉬’, ‘타파스미디어’ 등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에 이르는 카카오의 과감한 인수 행보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봤습니다. 그는 “엑시트(투자회수)를 경험하고 카카오에서 성장을 경험한 많은 창업자들이 이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연쇄 창업자, 투자자가 됐다”면서 “물론 카카오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지만,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를 ‘하면 안 되는 부도덕한 일’인 것처럼 오해하게 될까 두렵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