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한국 등 아시아 지역, 미국, 유럽 등 세계 전역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회복세로 인한 정보기술(IT)기기 수요 증가와 글로벌 반도체 자립화 움직임이 가장 큰 요인이다.
20일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내년 세계 반도체 시설투자 금액이 1,000억 달러(약 117조원)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연간 설비 투자액 예상치(약 900억 달러)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SEMI는 내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설비 투자가 440억달러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메모리 분야 투자가 38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세계 시장에서 설비 투자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가파른 경기 회복세로 IT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IT 시장에서는 태블릿과 노트북 PC 외에도 데이터 저장 창고 역할을 하는 서버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가 더욱 많이 필요해졌다. 가파른 자동차 시장 회복세와 전기차·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올해 내내 ‘반도체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업체들은 내년에도 적극적인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평택3공장(P3),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대만 ‘팹 18’을 위주로 첨단 반도체 라인 증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에도 세계 각지에서 반도체 공급망(SCM)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팹에 이어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할 제 2 파운드리 구축을 위해 미국 각 지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텔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화답하며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 2기 구축에 뛰어든 이후, 유럽에 향후 10년 간 800억 유로(약 100조 원)를 투자, 현지에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TSMC 또한 미국 애리조나 신규 파운드리 거점은 물론 유럽 기지 확보를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 88억7,000만달러(약 10조원)를 투입해 상하이에 새로운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회복세와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 심화로 반도체 설비 구축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드코로나 환경에서 출장 등 물리적 이동이 활발해지면 인텔의 대규모 투자 결정에 이어 삼성전자의 북미 설비 투자 의사 결정과 장비 입고가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